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기억 매체라는 실험에서 출발해, 생각의 도구를 진지한 연구 분야로 일구는 길을 묻는 에세이
핵심 요약
컴퓨터가 인간의 생각을 근본부터 바꿔 놓으리라던 1960~70년대 선구자들의 꿈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어요. 저자들은 직접 만든 기억 매체 실험에서 출발해,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다시 진지하게 만들어 갈 길을 찾아요.
- 기억 매체: Quantum Country는 양자 컴퓨팅 에세이 본문에 간격 반복 카드를 심어 두었어요. 복습을 거듭할수록 기억 유지 기간이 지수적으로 늘어나서, 기억이 운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돼요.
- 기억은 생각의 토대: 기억은 지루한 암기가 아니라 이해와 문제 해결과 창작을 떠받치는 핵심이에요. 좋은 카드를 쓰는 일도 끝없이 갈고닦을 수 있는 기술이고요.
- 통찰과 만들기의 순환: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도구는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요. 도구를 만드는 일과 독창적인 연구가 서로를 끌어올리는 순환이 빠르게 돌아가야 해요.
- 연구가 드문 이유: 생각의 도구는 대체로 쉽게 베낄 수 있는 공공재라서, 우리 사회는 전체적으로 그 가치에 비해 너무 적게 투자해요.
- 다음 실험들: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는 기억 영상, 독자가 직접 만지며 이해를 쌓는 실행 가능한 책, 그리고 진지한 작업에서 나오는 정본 미디어를 제안해요.
현대 컴퓨팅의 기원 신화에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황금기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이 이야기 속에서 원대한 비전을 품은 선구자들은 컴퓨터 덕분에 강력한 생각의 도구 (tools for thought), 다시 말해 인간의 지능을 증강하는 도구가 가능해지는 꿈을 좇았어요1. 그 선구자 중 한 명인 Alan Kay는 개인용 컴퓨터의 잠재력을 두고 이렇게 썼는데, 이 꿈의 낙관이 한 문장에 담겨 있어요. “그것을 쓰는 행위 자체가 실제로 한 문명 전체의 사고방식을 바꿀 것이다”2.
가슴 뛰는 꿈이었고, 이 꿈은 현대의 인터랙티브 그래픽, 윈도 인터페이스, 워드 프로세서를 비롯해 많은 것을 낳는 데 힘을 보탰어요. 하지만 돌이켜 보면 실망하지 않기가 어려워요. 언어나 글쓰기처럼 훨씬 오래된 생각의 도구에 비하면 컴퓨터가 판을 바꾼 정도는 아직 한참 못 미친다는 느낌이 들어요. 요즘 테크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는 과거 선구자들의 꿈을 말로만 떠받드는 일이 흔해요. 하지만 향수를 걷어 내고 보면,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 (transformative tools for thought)라는 비전을 끈질기게 좇는 노력은 거의 없어요.
우리는 지금이야말로 이 비전에 다시 힘을 쏟기 좋은 때라고 봐요. 이 에세이에서는 판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믿는 아이디어 몇 가지를 스케치해요. 1부에서는 우리가 만든 실험적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소개해요. 인간의 기억을 증강하려는 일종의 기억 매체 (mnemonic medium)예요.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한 단면으로, 고무적인 진전과 함께 여러 과제와 기회를 자세히 다뤄요. 2부에서는 시야를 넓혀요. 다른 프로토타입 시스템 몇 가지를 스케치하고, 이런 질문을 다뤄요. 테크 업계는 왜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라는 비전을 개발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밖에 들이지 않았을까요?
글머리에서 과거의 선지자 몇 명을 언급했어요. 여기에 Ivan Sutherland, Seymour Papert, Vannevar Bush 등 많은 이름을 더할 수 있어요. 온라인에는 이 사람들을 향한, 받아 마땅한 존경이 넘쳐나요. 하지만 그런 존경은 좋았던 옛날을 향한 건강하지 못한 숭배로 흐를 수 있어요. 한때 거인들이 땅 위를 걸었고 오늘날의 작업은 그보다 못하다는 믿음 말이에요. 물론 그 선구자들은 놀라운 일을 해냈고, 그들의 일하는 방식은 업계에서든 학계에서든 요즘 기술자들이 이어 가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도 실수를 했고, 오늘날 쓸 수 있는 강력한 아이디어를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 에세이의 두 부분을 관통하는 주제는 예전에는 알려지지 않았거나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던 강력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일이에요. 이렇게 이해하고 나면 오늘날 놀라운 기회들이 열려 있다는 확신이 생겨요.
용어에 관해 한마디 할게요. “생각의 도구”라는 말은 입에도, 키보드에도 잘 붙지 않아요. 게다가 “도구”라는 말에는 어딘가 좁은 느낌이 있어요. Alan Kay는 새로운 생각의 매체 (medium for thought)를 개발하는 편이 더 강력한 목표라고 주장했어요3. 예를 들어 Adobe Illustrator 같은 매체는 Illustrator에 들어 있는 개별 도구 하나하나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요. 이런 매체는 강력하고 몰입적인 맥락을 만들어 내고, 사용자는 그 맥락 안에서 새로운 종류의 생각,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생각을 할 수 있게 돼요. 느슨하게 말하면, 그런 매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는 그 매체의 기본 대상과 동작에서 창발하는 성질이에요. 이것들을 잘 고르면 매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를 넓혀 줘요.
그렇긴 해도 “생각의 도구”라는 말은 Iverson이 1950년대와 1960년대 작업에서 처음 쓴 뒤로 널리 쓰여 왔어요4. 그래서 우리는 “생각의 도구”를 포괄적인 용어로 쓰되, 더 넓은 범위를 탐색할 여지를 두고, 적절할 때는 가끔 “매체”라는 말을 택하려고 해요.
글머리의 그 문구, “한 문명 전체의 사고방식”을 바꾼다는 말로 돌아가 볼게요. 터무니없게, 일종의 기술 예언처럼 들려요.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그런 변화는 물론 여러 번 일어났어요. 언어의 발달, 글쓰기의 발달, 그리고 우리가 가진 그 밖의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도구들이 그랬어요. 그리고 좋든 나쁘든, 컴퓨터는 지난 60년 동안 실제로 우리 문명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미쳤고, 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것처럼 보여요. 이 에세이는 그런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리고 아직 무엇이 가능한지를 이해하는 데 보태는 작은 기여예요.
음악가이자 코미디언인 Martin Mull은 “음악에 관해 글을 쓰는 건 건축에 관해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마찬가지로 생각의 도구에 관해 글을 쓰는 일에도 본질적인 한계가 있어요. 그런 도구가 성공할수록, 글쓰기를 포함한 기존 도구로 다다를 수 있는 범위 너머로 생각을 넓혀 주거든요. 도구가 판을 크게 바꿀수록 벌어지는 간극도 커져요. 거꾸로 간극이 클수록 새 도구를 글로 떠올리게 하기는 어려워져요. 하지만 글이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우리가 이 에세이를 쓴 이유는 부트스트랩이 되어 주는 거예요.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지렛대를 찾아내는 수단 말이에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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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기억 시스템
기억 매체를 소개해요
양자 컴퓨팅과 양자역학만큼 어렵다고 널리 여겨지는 분야는 드물어요. 실제로 대중 매체는 유명한 물리학자들의 이런 식의 말을 인용해 독자를 즐겁게 하곤 (그리고 겁을 주곤) 해요. “양자역학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양자역학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 분야들은 왜 어려울까요? 사실 바탕에 깔린 아이디어 상당수는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기술적 배경이 있는 사람에게 그리 복잡하지 않아요. 문제는 아이디어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에요. 낯선 개념과 표기법이 해일처럼 밀려와요. 큐비트, 브라-켓 표기법, 아다마르 게이트, 제어 NOT 게이트를 비롯해 추상적이고 낯선 개념을 아주 많이, 빠르게 연달아 배워야 해요. 완전히 새로운 언어를 들이마시는 셈이에요. 처음에는 따라갈 수 있더라도, 뒤에 나오는 아이디어를 이해하려면 앞의 아이디어를 모두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해요. 압도되고, 결국 맥이 빠져요.
우리는 실험 삼아 Quantum Country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양자 컴퓨팅과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탐색하는 사이트예요. 겉보기에 Quantum Country는 이 분야를 소개하는 평범한 에세이처럼 보여요. 여느 기술 에세이처럼 본문과 설명과 수식이 있어요. 한 대목을 발췌해 보면 이래요.
하지만 평범한 에세이가 아니에요. Quantum Country는 새로운 유형의 기억 매체를 위한 프로토타입이에요. 기억 매체가 지향하는 바는 사용자가 읽은 내용을 거의 힘들이지 않고 기억하게 하는 거예요. 불가능한 목표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실현할 수 있어 보이는 건, 인간이 장기 기억을 어떻게 저장하는지에 관해 인지과학자들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이들이 아는 내용은 거의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레시피로 정리할 수 있어요. 이 단계를 따르면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식으로요.
안타깝게도 기존 매체는 이 단계들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해요5. 암기를 훨씬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새로운 매체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해, 기억에 필요한 핵심 단계를 매체 안에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거의 힘들이지 않게) 심어 두는 거예요. 이렇게 할 수 있다면 기억은 운에 좌우되는 우연한 일이 아니게 되고, 기억 매체는 기억을 선택의 문제로 만들어 줄 거예요. 물론 이것만으로 양자역학이나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를 쉽게 배울 수 있게 되지는 않아요. 그런 분야를 배우는 일은 기억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요구하니까요. 하지만 핵심적인 어려움 하나, 곧 압도적으로 많은 새 개념과 표기법을 다루는 데는 도움이 될 거예요.
사실 이를 위해 에세이라는 매체를 다시 설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우리 프로토타입을 보여 드리기 전에 잠시 멈추고 다음 질문들을 생각해 보세요. 읽은 내용을 더 잘 기억하도록 돕는 매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인터랙션이라면 사람들이 쉽고 즐겁게 기억을 굳힐 수 있을까요? 그리고 더 넓게 보면, 사람들이 기억하는 양을 2배로 늘릴 수 있을까요? 10배는요? 그렇게 되면 이들의 역량에 장기적으로 조금이라도 차이가 생길까요?
Quantum Country의 사용자 경험을 대략 그려 볼게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사이트에는 기억 에세이(곧 기억 매체를 구현한 개별 사례) 세 편이 있어요. 여기서는 입문 에세이인 「Quantum Computing for the Very Curious」 (호기심 많은 사람을 위한 양자 컴퓨팅)에 집중할게요. 에세이 본문 안에는 그 내용에 관한 질문 112개가 심겨 있어요. 사용자는 계정을 만들라는 안내를 받고, 글을 읽어 나가면서 그 질문의 답을 기억하는지 퀴즈를 풀어요. 위 그림은 사용자가 질문 하나에 답하는 인터랙션을 보여 줘요.
이 인터랙션이 에세이 본문 안에서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하세요. 아래는 화면을 축소해 본 모습이에요. 질문 위아래로 에세이 본문이 둘러싸고 있는 게 보여요.
질문과 답을 짝지은 이 인터페이스 요소를 우리는 카드라고 불러요.
물론 장기 기억을 위해서는 사용자가 회상 테스트를 한 번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에세이를 처음 읽고 며칠이 지나면 사용자는 복습 세션에 로그인하라는 이메일을 받아요. 복습 세션에서 사용자는 위에서 본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테스트를 받아요. 그 뒤 며칠, 몇 주에 걸쳐 복습 세션을 거듭하면서 사람들은 그 질문들의 답을 장기 기억으로 굳혀요.
여기까지만 보면 옛날식 플래시카드를 붙인 에세이에 불과해 보여요. 하지만 카드 아래쪽에 표시된 간격을 보세요.
강조된 시간 간격은 사용자가 그 질문으로 다시 테스트를 받기까지 남은 기간이에요. 질문은 “본문 안” 간격에서 시작해요. 사용자가 에세이를 읽으면서 테스트를 받는다는 뜻이에요. 사용자가 질문의 답을 기억하면 간격이 5일로 늘어나요. 그 뒤로도 복습에 성공할 때마다 간격은 5일에서 2주로, 다시 한 달로, 이런 식으로 계속 늘어나요. 복습에 다섯 번만 성공하면 간격은 4개월이 돼요. 어느 시점에든 사용자가 기억하지 못하면 간격은 한 단계 내려가요. 예를 들어 2주에서 5일로요.
이 방식은 인간 기억의 근본적인 사실 하나를 활용해요. 어떤 질문으로 반복해서 테스트를 받으면 답에 대한 기억이 강해지고, 더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이에요6. 이렇게 지수적으로 늘어나는 간격은 어쩌면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판을 바꿔요. 비교적 적은 횟수의 복습만으로 사용자가 몇 년 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질문 하나를 복습하는 데 보통 몇 초밖에 걸리지 않으니, 사용자는 몇 분의 노력만으로 장기 회상을 이룰 수 있어요. 반면 일반 플래시카드로 같은 지속성을 얻으려면 몇 시간을 복습해야 해요. 지수적 일정은 훨씬 효율적이에요.
프로토타입 기억 매체가 처음 보여 준 효과
Quantum Country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억 매체가 어떤 효과를 내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래 그래프는 기억 에세이의 각 질문을 복습한 횟수에 따라 사용자별로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나타낸 거예요.
이 그래프는 설명이 좀 필요해요. 카드의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이란, 그 카드를 성공적으로 복습한 시점과 바로 앞서 그 카드를 복습한 시점 사이의 간격 가운데 가장 긴 것을 말해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로축에서 반복 횟수 6을 예로 들어 볼게요. 이 지점에서 사용자는 에세이에 있는 질문 112개를 모두 6번씩 복습한 상태예요. 세로축은 모든 카드의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을 합한 값이고, 파란 점 하나하나는 반복 6회에 도달한 사용자 한 명을 나타내요.
예를 들어 그래프를 보면, 6번 반복한 뒤 대부분의 사용자는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이 6,000일 언저리에 이르러요. 에세이의 질문 하나당 평균 약 6,000 / 112 ~ 54일이라는 뜻이에요. 직관적으로 보면 꽤 좋은 결과 같아요. 여러분도 우리와 비슷하다면, 무언가를 읽고 두어 달이 지나면 기억이 흐릿하게만 남을 거예요. 반면 이 사용자들은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을 들여(이 부분은 아래에서 더 다뤄요) 세부적인 질문 112개 전반에 걸쳐 두 달 가까운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을 얻었어요.
게다가 카드를 복습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억 유지 기간이 지수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볼 수 있어요. 첫 번째 복습 뒤에는 보통 카드당 입증된 기억 유지 기간이 평균 2일을 조금 넘는 정도예요7. 하지만 여섯 번째 복습에 이르면 평균 54일로 늘어나요. 여기까지 가는 데 드는 복습 시간은 모두 합쳐 보통 95분 정도예요. 에세이를 읽는 데 4시간 남짓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들이는 시간을 50%도 채 늘리지 않고도 에세이의 중요한 세부 내용을 거의 다 몇 달, 몇 년씩 기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요.
이것이 간격 반복 (spaced repetition)이 가진 크고도 직관에 반하는 장점이에요. 노력을 늘리면 그 대가가 지수적으로 돌아와요. 평균적으로, 복습에 1분을 더 쓸 때마다 얻는 이득이 점점 더 커져요. 이는 수확 체감에 부딪히는 삶의 대부분의 경험과 극명하게 대비돼요. 이를테면 보통은 읽는 데 쓰는 시간을 50% 늘려도 거기서 얻는 것이 50% 넘게 늘어나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어쩌면 훨씬 덜 얻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 매체에서는 읽는 데 쓰는 시간을 50% 늘리면 10배를 얻을 수도 있어요. 물론 이 숫자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강하게 비선형적인 보상을 얻는다는 핵심은 잘 전해져요. 매체의 성격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거예요.
이렇게 이득이 늦게 나타난다는 점 때문에 기억 매체는 여러모로 남다른 매체가 돼요. 또 다른 점은 이래요. 대부분의 온라인 미디어는 단기적인 참여 모델을 쓰고, 조작적 조건화를 이리저리 변형해 사용자 행동을 이끌어요. Twitter, Facebook, Instagram을 비롯해 인기 있는 여러 미디어가 이렇게 해요. 기억 매체는 오히려 명상에 훨씬 가까워요. 이득이 늦게 나타나고 당장은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요. 실리콘밸리의 통념을 그토록 많이 거스른다는 점에서 어떤 면으로는 안티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실제로 기억 매체에서는 늦게 나타날수록 이득이 더 커져요.
이 결과는 예비적인 것이라 더 연구해 봐야 해요. 복습 일정을 훨씬 공격적으로 잡아서, 이를테면 첫 복습 간격을 2개월로 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레 들어요. 사용자가 그때까지 정보를 확실히 기억한다면 그래프는 아주 높은 곳에서 시작할 테고, 지수적인 증가는 보이지 않을 거예요. 사용자의 기억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 잘 이해하려면 이런 질문을 비롯해 비슷한 질문을 많이 연구해야 해요.
초기 반응을 보면, 사용자들이 기억 매체를 유용하게 여긴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하게 돼요. 2019년 5월, 우리 중 한 사람이 양자 순간이동이 기술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짧은 스레드를 Twitter에 올렸어요. Quantum Country 사용자 한 명이 그 스레드에 이런 답글을 달았어요.
(아직까지는) Quantum Country 첫 과정만 마쳤는데, 증명을 보면서 모든 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따라갈 수 있다니 놀라워요. 『매트릭스』 에서 네오가 모피어스에게 ‘양자 컴퓨팅을 알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요8.
양자 컴퓨팅을 훨씬 더 많이 접해 본 한 사용자는 이렇게 썼어요.
저는 양자 정보/컴퓨팅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 에세이를 읽기 전에도 내용을 전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함께 제공된 간격 반복 플래시카드를 풀면서 이해가 더해져, 내용 이해가 크게 깊어졌어요. 이 에세이를 읽는 분이라면 누구든 가입해서 간격 반복을 한번 해 보세요.
양자 컴퓨팅을 처음 접한 또 다른 사용자는 Quantum Country가 “이 내용을 처음 배우는 방법으로 상상할 수 있는 것 가운데 단연 최고”라고 말해 주었어요. 배운 것을 어떻게 써먹었는지 묻자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회사를 찾은 손님이 양자 컴퓨팅 기술 세미나를 열었는데, 자기는 10분쯤 지나면 따라가지 못하리라 예상했대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랬대요.
와, 행렬이 낯익어 보여서 40분, 45분 동안 실제로 따라갔어요… [이 매체 덕분에] 같은 개념을 거듭거듭 마주치게 되거든요… 더 효과적인 추상화 수준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 줘요.
사이트 분석 자료를 보면, 우리가 의도한 방식대로 복습 세션을 꾸준히 해 나가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어요. 프로토타입을 공개하고 6개월이 지났을 때, 사용자 195명이 에세이 카드의 80% 이상에서 꼬박 한 달의 기억 유지를 입증했어요. 이 과정에 엄청난 정성을 쏟았다는 뜻이에요9. 이 사람들이 정확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설명할 좋은 모델은 아직 없지만, 일반적인 에세이보다, 어쩌면 일반적인 수업보다도 상당히 더 많은 것을 얻어 가고 있을 법해요.
물론 이런 반응과 이런 결과는 가려서 받아들여야 해요. 기억 매체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결함이 많으며, 여러 면에서 개선이 필요해요(이 부분은 곧 더 다뤄요). 그래도 일부 사용자가 벌써 이 매체를 대단히 유용하게 여긴다는 이야기는 반갑고, 이 매체를 더 발전시키고 시험해 볼 만하다는 뜻이기도 해요. 적어도 기억 매체가 사람들의 기억을 실제로 돕고 있을 가능성은 높아 보여요.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효율이 지수적으로 높아져요. 공부를 많이 할수록 공부한 1분당 얻는 이득이 커지는 거예요.
또 다른 비공식 실험에서는 사용자에게 카드를 복습하라고 요청하지 않았을 때 기억에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려 했어요. 이를 위해 카드 8장으로 된 작은 묶음에 일부러 짧은(2주) 복습 지연을 두었어요. 즉 어떤 사용자에게는 처음 읽을 때 이 카드 8장을 복습하게 한 뒤, 적어도 2주 동안은 다시 복습하지 못하게 했어요. 다른 사용자는 이 카드 8장을 평소처럼 계속 공부했고요. 두 집단을 비교하면 카드 복습이 사용자의 기억에 미친 효과를 추정할 수 있었어요.
어떻게 됐을까요? 복습이 지연된 사용자의 정답률은 91%(처음 읽을 때)에서 87%(2주 뒤)로 떨어졌어요. 작은 하락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사용자들이 다른 카드는 계속 복습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그 다른 카드들은 지연된 카드와 내용이 어느 정도 겹쳤기 때문에, 거의 틀림없이 최종 성적을 끌어올렸을 거예요. 모든 카드의 복습을 지연하지 않고서는 이런 겹침을 피하기 어려운데, 그렇게 하면 우리가 사용자에게 떠안기고 싶었던 것보다 과격하게 사용자 경험이 바뀌어요. 평소처럼 카드를 복습하라고 요청받은 사용자의 정답률은 89%에서 96%로 올랐어요. 짧게 요약하면, 카드를 복습하지 않은 사용자는 정답률이 4% 떨어졌고, 복습한 사용자는 정답률이 7% 올랐어요10.
이 비공식 실험의 데이터를 달리 보는 방법도 있어요. 어떤 사용자의 성적이 오르거나 그대로였고, 어떤 사용자의 성적이 떨어졌는지 묻는 거예요. 실제로 정해진 일정대로 카드를 복습한 사용자는 한 명도 빠짐없이(100%) 성적이 그대로이거나 올랐어요. 반면 복습이 지연된 사용자 중 40%는 성적이 떨어졌고, 60%는 그대로이거나 올랐어요.
작지만 고무적인 결과예요. 물론 이 실험은 2주 동안만 진행했고, 더 긴 기간에 걸쳐 실험하면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리라 예상해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카드 사이의 겹침 때문에 효과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에도 이 비공식 실험 역시 기억 매체가 사람들의 기억을 돕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더 포괄적인 연구를 해 볼 만하다는 점도 보여 줘요.
이렇게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예비 결과가 있는데도, 여전히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건 “그냥” 플래시카드를 끼워 넣은 에세이 아닌가요? 어느 수준에서는 물론 맞는 말이에요. 같은 식으로 말하면 위키는 그냥 편집할 수 있는 웹 페이지이고, Twitter는 그냥 아주 짧은 글을 공유하는 방법이며, Facebook은 그냥 친구들과 글과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에요. 사실 글쓰기 자체도 그냥 적은 수의 기호를 종이 위에 영리하게 늘어놓는 방법일 뿐이에요. 매체가 단순하다고 해서 심오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앞으로 보겠지만 기억 매체에는 놀라운 특성이 많아요. 알고 보면 플래시카드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되어 있고, 기억 매체는 처음에 짐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훨씬 더 멀리까지 발전시킬 수 있어요.
기억 매체를 더 깊이 파고들기 전에, 이 논의에 따르는 어려움 하나를 짚고 넘어갈게요. 열정을 전하는 일과, 평가에 걸맞게 거리를 둔 회의적 시각을 유지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기가 본질적으로 어렵다는 점이에요. 한편으로, 바탕이 되는 아이디어에 설레지 않았고 그 열정을 키워 가고 싶지 않았다면 우리는 기억 매체를 만들지 않았을 거예요. 기억 매체를 잘 설명하려면 독자인 여러분을 그 생각 속으로 데려와야 해요. 하지만 그렇게 하고 나면, 한발 물러서서 이런 질문들을 더 회의적으로 생각해 봐야 해요. 이 매체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람들에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10배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100배는? 아니면 반대로, 걸림돌이 있어서 결국 구제 불능의 나쁜 아이디어, 잘해야 그저 그런 아이디어로 끝나고 말까? 애초에 기억은 인지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까? 지금까지는 이 매체를 옹호하는 열정적인 논거, 즉 애초에 왜 이런 설계를 고려해 볼 만한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하지만 이 에세이 뒷부분에서는 차츰 한발 물러서서 더 회의적인 관점으로 돌아볼 거예요.
기억 시스템의 범위 넓히기: 어떤 종류의 이해에 쓸 수 있을까?
Quantum Country는 기억 시스템 (memory system)의 한 예예요. 즉 사용자가 배운 것을 장기 기억으로 쉽게 굳힐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이에요. 이는 오랜 기억 시스템 역사의 한 갈래이기도 해요. 그 역사는 웅변가 Cicero와 수사학자 Quintilian이 긴 글을 외우는 데 쓸 수 있는 기억술 (mnemonic techniques)을 설명했던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현대에 들어 여러 기억 시스템이 개발되었어요. 비교적 잘 알려진 것으로는 Anki, SuperMemo, Quizlet, Duolingo, Memrise가 있어요. 이 시스템들은 모두 Quantum Country처럼 특정 질문을 복습하는 간격을 점점 늘려 가요. 이런 시스템을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SRM 시스템)이라고 부르기도 해요11. 이 시스템들의 근거는 대개 우리가 Quantum Country에 대해 설명한 것과 비슷해요. 복습할 때마다 기억이 굳어지는 강도가 조금씩 커진다는 개념이죠.
SRM 시스템은 언어 학습에서 가장 널리 쓰여요. 예를 들어 Duolingo는 월간 활성 사용자가 2,500만 명이라고 밝혀요.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요. 열심히 쓰는 사용자 중에는 Duolingo로 성과를 거뒀다며 열광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쓸모가 제한적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회사는 Duolingo가 엄청나게 성공적이라는 연구를 내세워요. 우리가 보기에 Duolingo와 비슷한 시스템은 진지한 언어 학습 프로그램의 일부로서(어디까지나 일부로서) 많은 사용자에게 유용할 가능성이 높아요.
언어가 아닌 다른 용도의 기억 시스템은 어떨까요? Quizlet은 월간 활성 사용자가 5,000만 명으로 인기가 많아요. 교실에서 널리 쓰이는데, 특히 미국 대통령 목록이나 나라별 수도 같은 단순한 서술적 지식에 많이 쓰여요. Anki와 SuperMemo도 이와 비슷한 단순한 서술적 지식에 가장 많이 쓰이는 듯하지만, 활성 사용자층은 Quizlet보다 훨씬 작아요12.
Quantum Country의 동기가 된 아이디어 하나는, 기억 시스템이 어휘나 수도 목록 같은 단순한 서술적 지식에만 유용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사실 기억 시스템은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지식, 즉 양자역학이나 양자 컴퓨팅 같은 분야를 배우는 데 필요한 종류의 지식을 익히는 데도 놀라울 만큼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부분적으로는, 이런 종류의 이해를 담아낼 수 있는 카드를 만드는 세부 전략이 많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기억 매체가 간격 반복을 이야기 속에 심어 넣는 방식에 있어요. 이야기 속에 심어 넣었기 때문에, 다른 기억 시스템에서는 어려운 방식으로 맥락과 이해가 쌓일 수 있어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지식에 기억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한 사람들은 또 있어요. 아마 가장 두드러진 사람은 SuperMemo 시스템을 만든 Piotr Wozniak일 거예요. 이 사람은 자신이 기억 시스템을 활용하는 여러 기발한 방법에 대해 방대한 글을 썼어요13. 기억 시스템을 능숙하게 다루는 다른 사용자 몇몇도 비슷한 전략을 개발했고요. 하지만 이런 전략을 쓰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해요. 실제로 그 기술 장벽 때문에 이런 전략을 쓰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쳤어요.
반면 Quantum Country에서는 전문가가 카드를 써요. 에세이 주제에 정통할 뿐 아니라,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지식을 담아내는 데 쓸 수 있는 전략에도 능숙한 전문가예요. 그래서 Quantum Country의 접근법을 쓰면, 기억 시스템으로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내용을 배우는 일을 훨씬 더 큰 규모로 넓힐 수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 Quantum Country는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 자체를 넓히려는 시도예요. 이 점에서 이전의 모든 기억 시스템과는 지향하는 바가 아주 달라요.
더 넓게 보면, 우리는 기억 시스템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풍부한 영역이라고 믿어요. 기존 기억 시스템은 가능성의 겉만 겨우 건드린 수준이에요. 우리는 Quantum Country를 일종의 기억 실험실로 여기게 되었어요. 즉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하는 데에도, 새로운 종류의 기억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도 쓸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우리는 이런 질문에 답하고 싶어요.
- 과거 시스템이 다룬 단순한 서술적 지식을 넘어, 기억 시스템을 적용할 새로운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 기억 시스템으로 키운 이해는 얼마나 깊어질 수 있을까? 사용자가 이해를 최대한 깊게 하도록 도와줄 패턴은 무엇일까?
- 인간의 기억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또 얼마나 수월하게? 그 장점과 단점은 무엇일까?
- 언젠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일상의 일부로 규칙적인 기억 연습을 하게 될까? 기억을 선택의 문제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의미에서 기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어지는 몇 개 절에서는 기억 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대략 그려 볼게요. 기억 시스템이 훨씬 더 큰 그림의 작은 일부라는 점을 보게 될 거예요. 기억 시스템을 진지하게 발전시키면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가 하나 이상 나올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그런 도구를 개발하는 일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우게 되리라 믿어요.
기억 매체 개선하기: 더 좋은 카드 만들기
기억 에세이를 쓰다 보면 카드 내용을 다소 가볍게 다루고 싶어져요. 어차피 카드는 질문 하나와 답 하나일 뿐이고, 각각에 짧은 글이 조금, 어쩌면 그림 하나가 들어갈 뿐이니까요. 그 정도는 쉽게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지지만, 그건 잘못이에요. 사실 카드는 기억 매체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이고, 카드 쓰기는 끝없이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로 보는 편이 맞아요. 서툴게 쓰면 기억 매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아주 훌륭하게 쓰면 기억 매체는 정말 잘 작동할 수 있어요. 카드 쓰는 기술을 갈고닦으면 이 매체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힐 수 있어요.
산문 속 문장과 비교해 보면 도움이 돼요. 글을 막 쓰기 시작한 사람은 문장을 가볍게 다루기 쉬워요. 하지만 위대한 작가, 이를테면 Nabokov 같은 작가의 손에서는 문장이 거장의 예술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어요. 기억 매체의 카드를 쓰는 데서 거장의 경지에 이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카드 쓰기가 이렇게 깊이 있는 활동이라는 사실은 처음부터 자명하지 않아요. 우리 중 한 사람은 17,000단어와 6,000단어짜리 에세이를 썼는데14, 두 에세이 모두 상당 부분이 좋은 카드를 쓰는 법을 이해하는 데 할애되었어요.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게 주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카드 쓰기가 얼마나 깊이 있는 일인지는 나중에 돌아보고서야 분명해졌어요. 알고 보니 “좋은 카드는 어떻게 쓰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지식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이론, 그리고 학습에 대한 이론을 깊이 고민해야 해요. 그 이론이 좋을수록 카드도 좋아져요. 이게 깊이 있고 끝이 열린 문제인 것도 당연해요!
이런 이야기는 그쯤 해 두고, 좋은 카드 쓰기에 대해 구체적인 관찰을 몇 가지 해 볼게요. 아래 예시들은 비교적 평범하지만, 기억 매체를 개선할 때 떠오르는 심오한 문제들을 어느 정도 느끼게 해 줄 거예요. 먼저 Quantum Country의 카드를 쓸 때 우리가 따른 원칙 세 가지로 시작할게요. 이건 훨씬 많은 원칙 가운데 세 가지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좋은 카드 구성 원칙에 대한 더 자세한 논의는 「Augmenting Long-term Memory」 에서 볼 수 있어요.
- 질문과 답은 대부분 원자적이어야 해요: 우리 중 한 사람이 개인적인 기억 연습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파일 시스템에 링크를 만드는 Unix 명령을 익히고 있었어요. 이 사람은 기억 시스템에 “linkname에서 filename으로 가는 소프트 링크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질문과 그에 맞는 답 “ln -s filename linkname”을 입력했어요. 좋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번번이 답을 잊어버렸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카드를 더 원자적인 카드 두 장으로 쪼갰어요. 첫 번째 카드는 “소프트 링크를 만드는 기본 명령과 옵션은?”(답: “ln -s”), 두 번째 카드는 “소프트 링크를 만들 때 linkname과 filename은 어떤 순서로 쓰는가?”(답: “filename linkname”)였어요. 카드를 더 원자적인 조각으로 나누자, 번번이 틀리던 질문 하나가 꾸준히 맞히는 질문 두 개가 되었어요. 더 원자적인 질문은 무엇을 잊고 있는지를 더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고, 그래서 기억을 개선하는 데 더 나은 도구가 된 것으로 보여요. 그럼 원래 카드는 어떻게 됐을까요? 처음에는 지웠어요. 하지만 결국 같은 질문과 답으로 그 카드를 다시 추가했어요. 더 원자적인 카드들에 담긴 이해를 하나로 엮어 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에요.
- 기억 에세이의 앞부분 질문은 아주 쉽게 만들어요. 그러면 많은 사용자가 읽으면서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요:15 이건 첫 번째 Quantum Country 에세이를 공개했을 때 발견한 사실이에요. 사용자들이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하느라 애먹을 거라고 예상해서, 에세이의 처음 몇 질문을 일부러 아주 쉽게 만들었어요. 양자 버전의 “2+2 = ?” 같은 질문이었죠. 사용자가 인터페이스에 집중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였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사용자들은 이 질문들에서 성적이 나빴고, 뒤에 나오는 (훨씬 어려운) 질문들보다도 더 못했어요. 지금 우리가 세운 가설은, 처음 몇 질문을 틀린 경험이 사용자에게 경종이 되었다는 거예요. 질문이 너무 뻔하게 쉬우니, 읽으면서 사실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그 뒤로는 더 신경 써서 읽었다는 거죠.
- 고아 카드를 피해요: 고아 카드란 다른 어떤 것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지 않는 카드를 말해요.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리를 공부하는데 “모로코가 영유권을 다투는 아프리카의 지역은?”(답: “서사하라”)이라는 질문이 있다고 해 볼게요. 서사하라나 모로코에 대해, 혹은 왜 분쟁이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면 이 질문은 다른 모든 것과 동떨어진 고아가 돼요. 이상적으로는 질문과 답이 촘촘하게 서로 이어진 그물을 이루고, 모든 것이 놀라운 방식으로 엮여 있어야 해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좋은 카드, 더 넓게는 좋은 기억 에세이를 쓰는 데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원칙과 관용적 기법을 추려 내고 싶어요. 바라건대 그런 원칙과 관용적 기법의 모음이 『The Elements of Style』 (또는 그와 비슷한 글쓰기 조언서)처럼 작동해서, 다른 사람들이 질 높은 기억 에세이를 쓰는 법을 익히도록 도와주면 좋겠어요.
앞에서 Quantum Country를 처음 소개할 때는 간격 반복의 단순한 모델로 설명했어요. 기억의 공고화 강도가 높아지면 복습 사이의 간격이 길어진다는 모델이었죠. 이 단순한 모델은 도움이 되지만,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그게 전부라는 잘못된 인상을 줄 위험이 있어요. 사실 기억 매체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간격 반복이 다른 많은 아이디어와 함께 쓰여야 해요. 방금 설명한 세 가지 아이디어, 곧 질문과 답의 원자성, 앞부분 질문을 쉽게 만들기, 고아 카드 피하기는 기억 매체에 쓰이는 수십 가지 중요한 아이디어 가운데 세 가지일 뿐이에요. 그 밖의 아이디어를 여기서 모두 나열하지는 않을게요. 그건 이 에세이의 목적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흔히 “좋은 기억 시스템 = 간격 반복”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을 갖고 있어서, 이 점은 강조해 두고 싶어요. 그건 틀렸고, 오히려 해가 되는 사고방식이에요.
실제로 이런 사고방식은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이 개인에게 자주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아, 간격 반복이 좋아 보여서 Anki[등]를 써 봤는데 저한테는 안 맞더라고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요. 조금만 파고들어 보면, 그 사람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기억 시스템을 쓰고 있어요. 형편없는 질문을 쓰거나, 관심도 없는 과목을 공부하는 데 쓰거나, 다른 어떤 실수를 하고 있는 거죠. 이건 “기타 배우기 좋아 보이네”라고 생각하고 30분 쳐 본 다음, 소리가 형편없으니 나쁜 악기라며 내려놓는 사람과 조금 비슷해요. 물론 실제로는 기타와 기억 시스템 모두 익히는 데 시간이 걸리는 기술이에요. 그렇긴 해도 우리는 매체 안에 가능한 한 많은 도움을 넣고 싶어요. 이상적으로는 초보자도 기억 매체에서 엄청난 혜택을 얻어야 해요. 그러려면 간격 반복이라는 단순한 모델을 넘어서는 많은 아이디어를 매체 안에 넣어야 해요.
우리 중 한 사람은 예전에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에서는 사용자가 자기 카드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어요16. 그 근거는 비공식적이에요. 남이 만든 카드로 공부한 사용자들이 불만족스럽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고 자주 이야기하거든요. 카드를 만드는 일 자체가 이해의 중요한 과정이고, 내용을 기억에 새기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남이 만든 카드로 공부하면 그런 혜택을 잃게 돼요.
Quantum Country는 사용자가 카드를 만들지 않으니 이 원칙을 어겨요. Quantum Country 작업을 시작할 때 이 점이 큰 걱정거리였어요. 하지만 초기 사용자 피드백을 보면 그럭저럭 괜찮게 풀린 것 같아요. 한 가지 가능한 설명은 이래요. 앞에서 말했듯 좋은 카드를 만드는 건 익히기 어려운 기술이에요. 그래서 사용자는 카드를 직접 만들지 않아 잃는 것이 있어도, 혼자 만들었을 때보다 훨씬 질 높은 카드를 쓰게 될 가능성이 커서 그 손실을 메우는 거죠. 앞으로 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들 만해요. 비공식적인 모델을 넘어 이해하기 위해서도, 카드를 능동적으로 만드는 데서 오는 혜택을 얻을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요.
앞에서 좋은 질문과 답을 구성하는 원칙 세 가지를 이야기했어요. 물론 카드 자체의 성격을 더 구조적으로 바꿀 수도 있어요. 이런 방향의 실험을 제안하는 질문 세 가지를 들어 볼게요.
- 사용자가 질문의 표면적 특징만 익히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uantum Country의 한 질문은 “양자 컴퓨터로 양자장론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진전을 이룬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묻고, 답은 “John Preskill과 공동 연구자들”이에요. 에세이 전체에서 “누구…?”로 묻는 질문은 이것 하나뿐이라, 많은 사용자가 “누구…?”라는 패턴만 보고 금세 이 질문을 알아보고, 질문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답을 앵무새처럼 읊어요. 이건 기억 시스템에서 흔히 일어나는 실패 유형이고, 이해에는 치명적이에요. 곧 시험해 볼 대응책 하나는 같은 질문을 서로 다르지만 동등한 여러 형태로 보여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용자는 처음에 “누가 진전을 이루었는가[등]?”라는 형태로 질문을 보지만, 두 번째에는 빈칸 채우기로 보게 돼요. “___과(와) 공동 연구자들은 양자 컴퓨터로 양자장론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진전을 이루었다.” 이런 식으로 질문을 여러 형태로 만들어서, 사용자가 질문의 피상적인 겉모습이 아니라 의미를 늘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게 하는 거예요.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표면적 특징만 익히는 패턴이 나타나는 때를 알아내고 바로잡는 기법들을 모아 두고 싶어요.
- 사용자가 질문의 답을 잊었을 때 어떻게 도와주는 게 가장 좋을까요? 사용자가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 볼게요. Thomas Jefferson이라고 생각했다가 John Adams라는 걸 알고 놀랄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에서는 그 질문을 다시 복습할 때까지의 간격을 줄이는 식으로 대처해요. 하지만 사용자가 주변 맥락을 이해하도록 돕는 질문을 이어서 던지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George Washington의 부통령은 누구였는가?”(답: “John Adams”) 같은 질문이죠. 실제로 처음 질문의 답을 기억에 더 잘 새기도록 설계한 후속 질문을 한 묶음 통째로 이어 갈 수도 있어요.
- 기억 매체에 이야기를 담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은 어떤 아이디어를 이야기 형태로 접할 때 가장 설득력 있게 느끼곤 해요. 짧고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iPhone 초창기에 Steve Jobs가 App Store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요? App Store를 밀어붙인 사람은 Apple의 다른 임원인 Scott Forstall이었어요. 이런 이야기에는 서술적 사실만으로는 전해지지 않는 힘이 있어요. 새로운 기술을 내놓은 선구자조차 그 기술의 여러 쓰임새를 내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추상적으로 아는 것도 한 가지예요. 하지만 Steve Jobs가 Scott Forstall과 다투며 반대한 것이 바로 Jobs가 발명했다고 인정받는 기술의 오늘날 주요 쓰임새라는 이야기를 듣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에요. 기억 매체를 이용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내면화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요? 그러려면 원자성 원칙을 어기게 될 가능성이 커요. 좋은 이야기는 원자적인 경우가 드물거든요(이 예는 원자적인 쪽에 꽤 가깝지만요). 그렇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카드에 효과적으로 담을 수만 있다면, 그 혜택은 원자성을 어길 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여요.
이런 식의 질문과 아이디어는 수십 개 더 쉽게 떠올릴 수 있어요. 기억 매체는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실험과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플랫폼이에요.
기억 매체를 어떻게 개선할지 생각할 때 쓸모 있는 비유가 하나 있어요. 기억 에세이 한 편을, 일반적인 에세이 한 편과 거기에 딸린 일종의 “비친 에세이”로 보는 거예요. 비친 에세이란 모든 카드에 담긴 지식을 말해요. 사용자는 이 비친 에세이 가운데 원하는 만큼을 손쉽게 골라 기억할 수 있어요. 물론 그 비침은 불완전해요. 하지만 좋은 카드 만들기 전략을 개발하면, 비친 에세이가 중요한 아이디어 전부, 곧 독자가 이상적으로는 간직하고 싶어 할 아이디어들을 거의 그대로 비추게 할 수 있어요.
앞에서 “좋은 기억 시스템 = 간격 반복”이라는 지나치게 단순한 모델을 쓰는 건 잘못이라고 말했어요. 사실 간격 반복은 Quantum Country를 소개하는 데 유용한 방법이지만, 기억 매체를 기존 간격 반복 기억(SRM) 시스템의 패러다임 안에 가둬서는 절대 안 돼요. 그보다는 제1원리로 돌아가서 이런 질문을 던지는 편이 나아요. Quantum Country가 좋은 기억 시스템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간격 반복 말고도 시스템에 넣을 수 있는 강력한 기억 원리가 또 있을까?
실제로 간격 반복과는 아주 다르지만 그에 맞먹는 힘을 지닌, 기억에 관한 아이디어들이 있어요. 그중 하나가 정교화 부호화예요. 대략 말하면, 어떤 개념에 대한 연상이 풍부할수록 그 개념을 더 잘 기억한다는 아이디어예요. 그러니 그 연상의 그물을 풍부하게 만들면 기억을 개선할 수 있어요.
어떤 의미에서는 뻔한 아이디어이고, 일상 경험과도 잘 맞아떨어져요. 예를 들어 이미 전문가인 분야에서 새로운 사실을 훨씬 쉽게 익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거예요. 기존 지식과 금세 연상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뻔하다고 해서 기존 매체 형식이 그걸 특별히 잘 뒷받침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기억 매체 안에서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손쉽게 거둘 성과가 많아요. 사실 앞에서 제안한 것 중 몇 가지는 이미 암묵적으로 정교화 부호화라는 아이디어에 기대고 있어요. “고아 카드를 피해요” 같은 원칙이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죠. 정교화 부호화에 기댄 제안 세 가지를 더 들어 볼게요.
- 질문과 답을 여러 형태로 제시해요: 1971년 심리학자 Allan Paivio는 이중 부호화 이론을 제안했어요. 언어 정보와 비언어 정보가 장기 기억에 따로 저장된다는 주장이에요. Paivio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그림 우월성 효과를 조사해서, 그림과 단어를 함께 접했을 때 단어만 접했을 때보다 상당히 더 잘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걸 보여 주었어요. 이 결과는 예를 들어 “George Washington의 부통령은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에 Washington의 그림을 곁들이거나, 답(John Adams)에 Adams의 그림을 곁들이면 회상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시사해요. 기억 시스템과 관련해서 이중 부호화 이론과 그림 우월성 효과는 많은 질문과 아이디어를 던져 줘요. 질문과 답을 여러 형태로 제시하면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그림을 여러 장 쓰거나, 오디오나 영상으로(이를테면 성별과 억양이 서로 다른 여러 화자 등으로) 제시하거나, 컴퓨터 코드로 제시하면 어떨까요? 어떤 식으로든 상호작용을 요구하는 형태라면요? 그리고 각각의 경우에 무엇이 가장 잘 통할까요?
- 맥락을 바꿔요: 1978년 심리학자 Steven Smith, Arthur Glenberg, Robert Bjork는17 장소가 사람의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실험 여러 건을 보고했어요. 그중 한 실험에서는 같은 장소에서 두 번 공부하는 대신 서로 다른 두 장소에서 공부했을 때 나중의 회상이 40% 향상된다는 걸 발견했어요. 이건 복습 맥락을 바꾸면 기억이 좋아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더 넓은 실험 흐름의 일부예요. 기억 시스템으로 이런 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어요. 복습 장소를 바꾸기, 복습하는 시간대를 바꾸기, 복습할 때의 배경 소리를 바꾸거나 없애기. 각각에 대해 회상에 영향이 있음을 시사하는 실험이 이루어졌어요. 그 결과가 얼마나 견고하고 얼마나 재현 가능한지가 꼭 분명하지는 않아요. 일부(또는 전부)가 원래 실험에서 통제되지 않은 다른 효과의 결과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 결과들을 검증하고 (가능하다면)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볼 가치는 있어 보여요.
- 카드들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할까요? 지식의 이상적인 네트워크 구조는 무엇일까요? 이건 아주 복잡하고 다소 미묘한 질문들이에요. 간단한 예로 아이디어를 보여 드릴게요. 우리는 기억 매체의 카드를 마치 독립된 개체인 것처럼 소개했어요. 하지만 카드 사이에는 연결이 있어요. 이런 카드들이 있다고 해 볼게요. “George Washington의 부통령은 누구였는가?”(답: “John Adams”, Adams의 그림과 함께), “John Adams는 어떻게 생겼는가?”(답: Adams의 그림), 어쩌면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Adams와 Washington이 함께 있는 스케치가 들어간 질문, 그리고 그 밖의 카드들. 이 카드 묶음은 서로 관련된 카드들의 네트워크를 이뤄요. 그리고 Quantum Country 같은 기억 시스템으로 그 네트워크를 연구할 수 있어요. 카드 하나를 빼면 사람들에게서 관찰되는 회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핵심 축 역할을 하는 결정적인 카드가 있을까요? 특히 효과적인 네트워크 구조가 있을까요? 카드 사이의 특히 효과적인 관계 유형은요? 무엇보다 중요한 질문은 이거예요. 이 시스템에서 지식을 가장 깊이 있고 강력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적용할 수 있는 일반 원리가 있을까요?
이쯤 되면 우리가 개발한 기억 매체 프로토타입이 훨씬 큰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분명해졌을 거예요. 게다가 여기서 내놓은 제안과 던진 질문 역시 시작에 불과해요. 무엇이 가능한지 맛보기로 보여 드린 것일 뿐이에요.
기억술에 보내는 조건부 찬사T1
사람들과 기억 시스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많은 이가 곧바로 기억술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해요. 기억술은 Quantum Country나 Duolingo, Anki를 비롯해 지금까지 다룬 시스템들과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기억에 접근해요. 간단한 기억술이라면 학창 시절에 접해 봤을지도 몰라요. 흔한 형태로는 무지개 색깔을 Roy G. Biv라는 이름으로 외우는 요령(red, orange, yellow, green 등)이 있어요. 원소 주기율표를 노래로 외우는 방법도 있고요18.
좀 더 복잡한 변형으로는 장소법 (method of loci) 같은 시각화 기법이 있어요. 장 볼 목록을 외우고 싶다고 해 봐요. 장소법을 쓰려면 먼저 익숙한 장소, 이를테면 어린 시절 살던 집에 내가 있는 모습을 떠올려요. 그런 다음 방에서 방으로 걸어 다니며 방마다 장 볼 목록의 물건을 하나씩 눈에 잘 띄게 놓아두는 모습을 그려요. 장을 보러 가서는 그 집, 이른바 기억의 궁전 (memory palace)을 걸어가며 방마다 놓인 물건을 둘러보는 상상을 하면 목록이 떠올라요.
기억의 궁전을 한 번도 써 보지 않았다면 이런 게 통할 리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초보자도 조금만 연습하면 이런 기법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보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아요. 이 기법을 갈고닦는 데 공을 들인 전문가들은 섞어 놓은 카드 한 벌의 순서나 수백 자리 숫자를 외우는 것처럼 놀라운 일을 해내요. 사람이 지닌 엄청나게 강력한 시각 기억과 공간 기억을 지렛대 삼아 다른 종류의 기억을 끌어올리는 방법이에요19.
이러니 기억술이 간격 반복 같은 아이디어보다 훨씬 유망한 기억법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거예요.
우리도 이런 기억술을 좋아해요. 하지만 그 한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요. 카드 한 벌을 순식간에 외워 버리는 사람의 대단함에 눈이 멀어서는 안 돼요.
첫 번째로 조심할 점은 기억술로 외울 수 있는 대상의 범위예요. 실제로 기억술은 꽤 특화된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기억술 전문가들은 숫자 목록을 외울 때와 카드 한 벌을 외울 때 조금씩 다른 방법을 써요. 그 방법들은 각각 따로 익혀야 하니, 좁은 두 종류의 기억을 위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셈이에요. 게다가 기억술은 추상적인 개념 지식보다 구체적인 사물에 훨씬 잘 맞는 편이에요. 이를테면 베르사유 조약의 요점을 기억의 궁전에 저장하기는 어려워요. 그렇다고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기억술 전문가들은 추상적인 개념 지식을 기억의 궁전에 저장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물로 바꾸는 영리한 기법들을 개발해 왔어요. 하지만 대체로 간격 반복이 지닌 장점 하나는 어떤 기억술보다도 훨씬 넓은 범위의 지식에 통한다는 거예요.
두 번째로 조심할 점은 정교화 부호화와 관련이 있어요. 아마 눈치챘겠지만 기억술은 정교화 부호화가 실제로 작동하는 사례예요. 외우고 싶은 것(장 볼 목록)을 이미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기억의 궁전)에 연결하니까요. 반면 전문가가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정보를 익힐 때는 기억의 궁전과 인위적으로 연결하지 않아요. 그 대신 이미 아는 것과 의미 있는 연결을 찾아내요. 그런 연결 자체가 쓸모 있는 전문성이에요. 촘촘한 이해의 그물망을 넓혀 가는 거죠. 인위적으로 지어낸 기억술이 아니라 그 주제 자체에 뿌리를 둔 연결이고, 더 깊고 더 바람직한 종류의 전문성이에요.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우리가 기억술에 부정적인 것처럼 보일 거예요. 사실 우리는 기억술을 좋아하고, 지금까지 기억 매체에서 기억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게 분명해요. 여기 쓴 내용은 가끔 마주치는 지나친 열광을 조금 가라앉히려는 것일 뿐이에요. 기억술 덕분에 기억은 해결된 문제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건 그냥 틀린 말이에요. 그래도 한계를 이해하고 나면 기억술은 강력한 도구예요. 특히 구조가 임의적이고 그때그때 정해진 (ad hoc) 지식에서 그래요. 예를 들어 무지개 색깔은 기억하기 어려워요. 그 색들이 다른 무언가와 뚜렷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마침 다른 이유로 가시광선 스펙트럼을 외워 두었다면 모를까요! 그래서 Roy G. Biv 같은 기억술이 아주 큰 도움이 돼요. 그러니 기억술은 강력한 기억 시스템을 만드는 데 쓸 수 있는 유용한 도구로 여겨야 해요. 간격 반복 같은 아이디어와 함께 쓸 때는 더욱 그렇고요.
기억은 대체 얼마나 중요할까?
기억 매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로 나뉘어요. 한쪽은 이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직접 써 보고 싶어 해요. 다른 쪽은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거부감을 느껴요. 과장해서 옮기면 이런 식이에요. “내가 왜 기억 따위에 신경 써야 하죠? 나는 더 깊은 이해를 원해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창의성을 원해요! 개념적 이해를 원해요! 중요한 문제를 푸는 법을 알고 싶어요! 암기에 매달리는 건 세부 사항에 집착하는 따분한 공부벌레들뿐이에요.”
이런 반론은 깊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어요. 최고의 기억 시스템을 만들려면 그 밑에 깔린 우려를 이해하고 해결해야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그 우려 가운데 잘못되었거나 피상적인 부분을 가려낼 만큼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다른 한편으로는 그 우려에 담긴 진실을 최대한 날카롭게 추려 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둘 다 해내면 지금의 기억 매체 프로토타입을 개선하고, 나아가 그 너머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이런 반론에 대한 한 가지 답은 직접 겪은 경험에서 나와요. 우리 중 한 명(MN)은 예전에 학생들이 양자역학 같은 전문 분야를 배우도록 자주 도왔어요. 그러면서 알아챈 게 있어요.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난해하고 복잡한 문제에서 막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에세이 서두에서 말했듯이, 실제로는 기본 표기법과 용어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단어나 기호가 세 개에 하나꼴로 아리송하다면 양자역학을 이해하기는 어렵죠. 문장 하나하나가 힘겨운 싸움이 돼요.
프랑스어 단어를 200개밖에 모르면서 프랑스어로 아름다운 소네트를 지으려는 것과 비슷해요. 그 사람은 답답해하면서 좋은 주제나 인상적인 정서와 이미지 같은 것을 찾기가 어려워서 막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진짜 문제는 시를 지을 단어가 200개뿐이라는 데 있어요.
당시 MN은 다소 자기만족에 빠져 이렇게 믿었어요. 사람들이 기본을 기억하는 데 더 집중하고 “어려운” 고차원 문제는 덜 걱정한다면, 고차원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요. 그런데 이 말이 자기에게도 해당된다는 건 미처 깨닫지 못했어요. 기억 시스템 Anki를 써서 새로운 분야의 논문을 읽기 시작하자, Anki 덕분에 그런 분야의 기초를 익히기가 얼마나 쉬워졌는지 거의 당혹스러울 정도였어요. 그래서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기억이 발목을 잡는 핵심 제약인 경우가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20.
기억 매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중 특히 흔한 것은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은 기억하고 싶지 않고 “폭넓은 개념적 이해”만 원한다는 거예요. 이 주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요. 솔직히 말하면, 그런 사람들은 즐거운 느낌을 오래가는 이해로 착각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여요.
프랑스어 말하는 법을 두고 “폭넓은 개념적 이해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bonjour”나 “au revoir”, “tres bien”의 뜻을 모른다고 상상해 봐요. 프랑스어를 폭넓게 개념적으로 이해한다는 그 사람의 말이 우스꽝스럽게 들릴 거예요. 어떤 주제든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기초의 세부 사항을 알아야 해요. 게다가 그건 읽은 직후에만 아는 걸로는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오래도록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에요21.
더 나은 관점은 세부 사항을 숙달해야 비로소 개념을 숙달할 수 있다고 보는 거예요. Quantum Country의 한 사용자는 읽는 경험이 뜻밖에도 편안했다고 말해 줬어요.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지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에요. 기억은 매체가 알아서 챙겨 주리라고 그냥 믿으면 됐어요. 그 대신 개념적인 문제에 시간을 더 많이 쓸 수 있었다고 해요.
기억 매체를 보고 “왜 그렇게 지루한 기억 이야기에만 매달리나요?”라고 반응하는 사람들은 요점을 놓치고 있어요. 기억 매체가 기억이라는 문제를 상당 부분 자동으로 처리해 주니, 사람들은 개념적인 문제처럼 학습의 다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가 쉬워져요.
간격 반복 시스템에 반대하는 또 하나의 흔한 주장은 자연스러운 반복에 맡기는 편이 낫다는 거예요. 이 주장에 따르면, 예를 들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울 때 그 언어의 세부 사항을 일일이 외울 필요는 없어요. 실제 프로젝트에서 그 언어를 쓰다 보면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자연스럽게 반복해서 쓰게 되고, 결국 기억하게 된다는 거죠.
여기에는 중요한 부분적 진실이 담겨 있어요. 배우는 것을 창작 프로젝트에 활용하는 건 좋은 일이에요. 실제로 이상적인 기억 시스템이라면, 인위적인 카드 기반 환경에서가 아니라 작업하는 도중에 바로 일깨워 주는 식으로 이를 도울 수도 있을 거예요. 게다가 기억 시스템을 쓰다가 흔히 빠지는 함정은 앞으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것까지 외우려 드는 거예요. 예를 들어 작은 프로젝트 하나에만 쓸 프로그래밍 언어의 세부 사항을 잔뜩 외우는 건 소용없는 일이에요(그런데 놀랄 만큼 흔해요). 혹시 필요할지 몰라서 “만약을 위해” 세부 사항을 외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패턴은 잘못이에요.
하지만 앞 문단의 진실에도 한계가 있어요. 프랑스어를 배우는데 아는 프랑스어 사용자가 한 명도 없다면, 말할 “자연스러운 기회”를 기다리는 건 통하지 않아요. 말할 기회가 있더라도(또는 만들어 내더라도), 언어를 쓰는 데 큰 장벽이 되는 어색하고 불편한 초기 단계는 빨리 지나가는 편이 바람직해요.
기억 시스템이 빛나는 건 바로 이 단계예요. 기억 시스템은 어떤 주제를 배울 때의 어색한 초기 단계를 빨리 지나가게 해 줄 수 있어요. 이상적으로는 창작 프로젝트를 뒷받침하고 가능하게 해 줄 거예요. 이게 잘 되려면 사람마다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판단하는 좋은 휴리스틱이 필요해요. 한 사람에게 외워 두면 좋은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나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휴리스틱을 찾아내는 일은 기억 시스템 설계에서 계속 이어지는 과제예요.
(덧붙이자면,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에 “거부감이 든다”거나 그와 비슷하게 강한 말을 하는 사람이 놀랄 만큼 많아요. 그들의 논리는 대개 다음과 같은 흐름의 변주예요. 간격 반복 시스템이 기억에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그 시스템을 반드시 써야 한다. 그런데 나는 그 시스템을 쓰기가 싫다. 그래서 이들은 논리의 첫 단계를 부정하는 쪽을 택해요. 물론 잘못은 다른 데 있어요. 기억에 도움이 되더라도 누군가가 그런 시스템을 “써야만” 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쓰기 싫은 사람은 그냥 쓰지 않으면 돼요. 기억 시스템을 쓰는 건 도덕적 의무가 아니에요!)
기억과 숙달의 관계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어요. 그중 상당수는 세밀하고 특정 맥락에 한정된 연구예요. 하지만 더 넓은 결론의 차원에서 특히 흥미로운 연구가 1970년대에 Herbert Simon과 동료들이 진행한 일련의 연구예요. 이들은 체스 선수들을 연구했고, 마스터급 체스 선수가 체스 판의 국면을 볼 때 여기는 룩, 저기는 폰 하는 식으로 기물 하나하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어요22. 그 대신 선수들은 수년간 게임을 두고 분석하면서 2만 5천 개에서 10만 개 사이의 기물 패턴을 알아보는 법을 익혀요. 이렇게 훨씬 정교한 “덩어리”(chunk)는 선수들이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는 기물의 조합이고, 선수들은 이 덩어리를 개별 기물보다 높은 추상 수준에서 따져 볼 수 있어요. 이들이 초보자보다 훨씬 잘 두었던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런 덩어리를 알아보고 따져 보는 능력 덕분이었어요. 게다가 Simon은 이 연구를 체스라는 맥락에서 했지만, 이후 연구들은 다른 전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찾아냈어요23. 더 연구해 봐야 하겠지만, 기억 매체가 이런 덩어리를 습득하는 속도를, 나아가 숙달에 이르는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건 그럴듯해 보여요.
그렇다면 우리가 기계적 암기, 그러니까 학교에서 흔히 하는 억지 암기를 좋아한다는 뜻일까요?
물론 아니에요. 우리가 믿는 건 이거예요. 많은 사람이 기계적 암기를 싫어하다 보니 기억 전반을 싫어하게 되었고, 그 결과 기억이 인지에서 맡는 역할을 과소평가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사실 기억은 인지의 핵심이에요. 하지만 그에 대한 올바른 대응은 지루한 기계적 암기를 엄청나게 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좋은 도구와 좋은 판단력으로 정말 중요한 것을 기억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기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틀렸거나 요점을 놓친 지점들을 짚어 봤어요. 그렇다면 그런 비판이 통찰력 있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기억 시스템의 단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점에서 기억 시스템을 경계해야 할까요?
이런 맥락의 몇 가지는 이미 넌지시 언급했어요. 고아 질문을 피해야 한다는 문제를 떠올려 봐요. 사용자가 질문의 표면적 특징만 익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고요. 이런 것들은 기억 시스템을 잘못 쓸 때 실패할 수 있는 지점이에요. 기억 시스템에 대한 핵심 우려를 몇 가지 더 들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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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시스템은 무엇을 외울지 정하는 일을 쉽게 해 주지 않아요: 가장 뻔한 문제는, 기억 시스템을 잘못 고른 목적에 쓰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는 거예요. 다음은 우리 둘 다 여러 번 겪은 대화를 놀랄 만큼 거의 그대로 옮긴 거예요.
“[기억 시스템]은 별로예요. 아프리카 나라들을 외워 보려고 했는데 지루하더라고요.”
“아프리카 나라들은 왜 외우려고 했어요?”
[어리둥절한 멍한 표정.]이런 걸 놀리기는 쉬워요. 하지만 우리 둘 다 자신의 기억 연습에서 똑같은 짓을 한 적이 있어요. Quantum Country 사용자 중에도 엉뚱한 의무감 때문에 시늉만 하고 있는 듯한 사람들이 있어요. “무엇을 외워야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은 근본적이고, 그 질문에 잘 답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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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매체가 사람들의 인지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행동을 어떻게 바꿀까요? 어느 유명한 권투 선수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다, 얼굴에 한 방 맞기 전까지는. 기억 시스템을 꾸준히 쓰는 사용자들은 가끔 이렇게 말해요. 시스템이 테스트할 때는 답을 기억해 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정말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아, 이거 아는데” 하고 혀끝에서 맴도는 느낌은 들어도 실제로 떠오르지는 않을 수 있어요. 효과적으로 행동하려면 결국 막힘없이 능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수준과는 더더욱 거리가 멀죠. 게다가 사용자는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를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어요. 더 넓게 보면, 기억은 그 자체로 최종 목표가 아니에요. 기억은 더 큰 맥락 속에 놓여 있어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문제 발견, 그리고 세상에서 행동하는 수많은 방식 같은 것들이죠. 우리는 기억 시스템의 영향이 설계에 따라 크게 달라지리라 짐작해요. 기억 시스템은 사람들이 기대는 목발로 쓰일 수도 있어요. 반대로 사람들이 인지의 다른 부분을 키우도록 크게 도와주는 데 쓰일 수도 있어요. 기억 시스템이 목발이 아니라 조력자가 되게 하는 방법은 아직 잘 알지 못해요. 하지만 이 에세이 뒷부분에서 다른 생각의 도구들을 소개할 거예요. 기억 시스템과 결합하면 이렇게 더 효과적인 행동으로 넘어가는 일을 더 잘 도와줄 수도 있는 도구들이에요.
힌두-아라비아 숫자는 어떻게 발명할 수 있을까?
잠시 기억 시스템에서 벗어나 볼게요. 여러분이 고대 로마에 사는 디자이너이고, MDC(Mathematical Designs Corporation)에서 일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느 날 한 고객이 찾아와 로마 숫자 (Roman numerals)를 개선하고 싶다고 말해요. 물론 고객이 실제로 문제를 이렇게 설명하지는 않을 거예요. 세금을 더 효율적으로 집계하고 싶은 세리가, MDC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찾아왔을 가능성이 더 크죠. 하지만 노련한 디자이너인 여러분이 보기에는 더 나은 숫자 체계가 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이 요청에 어떻게 응해야 할까요?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훨씬 뛰어난 숫자 체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요. 바로 힌두-아라비아 숫자 (Hindu-Arabic numerals)예요. 실제로 힌두-아라비아 숫자는 생각의 도구의 역사에서 거대한 도약이었어요. 디자이너인 여러분이 그 도약을 해낼 수 있었을까요? 로마 숫자에서 출발해 힌두-아라비아 숫자를 발명하려면 어떤 창의적 단계를 밟아야 할까요? 그런 단계가 나올 법한 창작 방식이 있을까요?
분명히 해 두자면, 이것은 다소 공상적인 사고 실험이에요. 힌두-아라비아 숫자에 이르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 가운데 상당수는 사실 그보다 앞서 바빌로니아인과 그리스인, 그리고 다른 문화권에도 알려져 있었어요. 주판 같은 도구에도 맹아 형태로 담겨 있었고요. 그러니 우리는 문자 그대로의 역사적 질문을 던지는 게 아니에요. 생각을 자극하려는 질문이에요. 어떤 디자인 과정을 거치면 로마 숫자에서 힌두-아라비아 숫자로 갈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확실히 알 수는 없어요. 하지만 힌두-아라비아 숫자가 비범한 디자인일 뿐 아니라 비범한 수학적 통찰이기도 하다는 점은 짚어 둘 만해요. 로마 숫자밖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자명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여럿 들어 있거든요. 가장 놀라운 점은 아마 숫자 하나의 의미가 수 안에서 어느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실제로 달라진다는 점일 거예요. 또 하나 놀라운 점이 있어요. 72와 83을 더할 때 우리는 아마 어느 시점에 2+3=5를 쓸 거예요. 마찬가지로 27과 38을 더할 때도 2+3=5를 쓰죠. 두 번째 덧셈에서 2와 3이 뜻하는 바는 첫 번째 덧셈과 완전히 다른데도요. 현대 사용자 인터페이스 용어로 말하면, 두 경우에 숫자의 의미는 전혀 다르지만 어포던스는 같아요.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이렇게 동작이 닮은 것은 수 체계의 깊은 성질인 교환법칙, 결합법칙, 분배법칙에서 비롯된 결과예요24. 이 모든 성질(과 그 밖의 수많은 성질)은 디자인 통찰과 수학적 통찰이 떼려야 뗄 수 없이 얽혀 있음을 보여 줘요. 수학적 통찰은 어떤 의미에서 디자인 통찰이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로마 숫자에서 출발해 힌두-아라비아 숫자를 발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역사상 손꼽히는 수학 천재이자 역사상 손꼽히는 디자인 천재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여요. 두 분야 모두에서 비범한 역량을 갖춰야 할 거예요.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 (insight-through-making loop)을 돌릴 수 있어야 하죠. 발전해 가는 숫자 체계를 이용해 자기 수학적 아이디어를 다듬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에 대해 독창적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통찰을 얻어야 하고, 동시에 그 수학적 통찰로 발전해 가는 숫자 체계를 개선해야 해요.
관습적인 현대 디자인 방식과 비교해 보면 꽤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예요. 전형적인 방식이라면 여러분은 도메인 전문가(이 경우에는 수학자)를 인터뷰하고, 관련 문헌을 읽을 거예요. 기존 체계의 사용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진지한 사용 행태를 개인 단위로도, 대규모로도 분석하겠죠. 요컨대 디자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말하는 “도메인에 몰입하기”를 하는 거예요.
이것은 강력한 방식이에요. 가장 잘 작동할 때는 이 방식이 없었다면 상상조차 못 했을 시스템을 세상에 내놓아요. 로마 숫자에 적용한다면(오늘날이 아니라 가상의 고대 로마에서25) 아마 로마 숫자를 크게 개선할 거예요. 하지만 힌두-아라비아 숫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수학적 통찰에는 근처에도 미치지 못할 거예요.
힌두-아라비아 숫자와 수학에 관한 우리 이야기는 공상적이에요. 하지만 일반적인 진실을 담고 있어요. 가장 강력한 생각의 도구는 그 바탕이 되는 주제에 대한 깊은 통찰을 표현해요. 기억 시스템으로 말하자면, 기억 시스템은 단순한 “응용 인지과학”, 즉 인지과학의 기존 아이디어를 현대 디자인 방식으로 이어 붙인 콜라주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오히려 기억에 대한 깊고 독창적인 통찰, 세상 누구도 가져 본 적 없는 통찰을 표현하게 될 거예요. 정말 위대한 기억 시스템은 최고 수준의 인지과학이 될 거예요.
이 논의에서 우리는 경고 하나와 포부 하나를 얻어요.
경고는 이거예요. 관습적인 테크 업계 (tech industry)의 제품 개발 방식으로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만들 만큼 깊은 주제 통찰이 나오지 않아요. 실제로 이것이 테크 업계가 생각의 도구에서 이렇게 진전이 적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예요. 관습적인 제품 개발 방식을 깎아내리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 방식은 본래 목적인 훌륭한 사업을 만드는 일에서 놀라울 만큼 성공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Alan Kay가 이름 붙인 대로 연구 문화가 아니라 대중문화이기도 해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만들려면 그 대중문화를 넘어서야 해요.
포부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만드는 일에 진지한 모든 팀을 위한 거예요. 현대 제품 개발 방식의 가장 좋은 부분과 (그와는 아주 다른) 현대 연구 문화의 가장 좋은 부분을 결합한 문화를 만드는 거죠.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이 돌아가야 해요. 주제에 대한 깊고 독창적인 통찰이 되먹임되어 시스템을 바꾸고 개선하고, 시스템의 변화가 다시 주제에 대한 깊고 독창적인 통찰로 이어지는 순환이요.
새로운 도구를 만들면 도구를 만든 사람이 주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는, 흔한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 말도 맞지만, 우리가 말하려는 것보다 훨씬 약한 주장이에요. 우리 주장은 이래요. 새로운 도구를 만들면 인류 전체에게 새로운 주제 통찰(즉 의미 있는 독창적 연구 통찰)을 가져다줄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며, 판을 가장 크게 바꾸는 도구를 개발하려면 이 순환이 빠르게 돌아가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거예요.
이렇게 하려면 문화적 분투가 필요해요.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이 전속력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극히 드물어 보여요. 순환의 한쪽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작업의 본질을 알아보는 것조차(이해하고 참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어려워할 때가 많아요. 한편에는 자기 분야에서 탁월하지만 만들기를 본질적으로 사소한 일, “그냥 구현의 문제”로 여기는 연구자들이 있어요. 다른 한편에는 만드는 사람들이 있죠. 이들은 연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연구를 그저 다소 느리고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그리고 돈도 안 되는) 만들기 과정으로 봐요. 실리콘밸리에서는 확실히 그래요. 그곳에서는 뛰어난 기술 제작자가 Richard Hamming과 Richard Feynman의 일화를 몇 편 읽고 나서, 연구를 충분히 이해했으니 “새로운 Bell Labs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흔히 봐요. 이런 사람들은 대개 더닝-크루거 병T2을 앓고 있어요. 너무 무지해서 자기가 무지하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거죠.
물론 Quantum Country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기억과 인지에 대해 충분히 깊은 아이디어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기억 연구실 가운데 하나도 아직 아니에요. 제품으로 보더라도 아직 극초기 단계예요. 반복 개선 속도도, 시스템에서 배우는 속도도 아직 한참 모자라요.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을 전속력으로 돌리려면 연구 문화와 관습적인 제품 개발 문화를 둘 다 부분적으로 새로 만들어야 할 거예요.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고, 핵심 의사 결정에 새로운 유형의 사람이 참여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포부이고, 우리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려면 이것이 꼭 필요하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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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생각의 도구를 더 넓게 탐구하기
지금까지 기억 매체를 꽤 깊이 살펴봤어요. 특정한 생각의 도구가 개발되는 초기 단계와, 그 개발 덕분에 가능해진 사고의 일부를 보여 드리려는 의도였어요. 에세이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더 넓게 탐구하면서 다른 생각의 도구 몇 가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간단히 스케치해 볼게요. 그리고 더 넓은 질문들, 특히 생각의 도구에 관한 연구가 왜 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를 다룰 거예요.
기억 영상
2014년, 디지털 아티스트 Erik Wernquist는 『Wanderers』 라는 빼어난 단편 영상을 공개했어요. 이 영상은 태양계를 탐험하면 어떨지를 1인칭 시점으로 엿보게 해 줘요.

내레이터(Carl Sagan)의 경이와 경외가 들려오고, 탐험의 가치를 깊이 믿는 그 마음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어요. 우리 우주 이웃에 얼마나 많은 신비와 아름다움이 있는지 실감하게 돼요. 음악은 감히 탐험에 나섰던 조상들을 향한 아련한 향수로 시작했다가,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 가운데 그 탐험을 이어 가는 이들의 흥분과 위험, 대담함을 전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요.
이 영상을 영상의 대본, 즉 Carl Sagan이 쓴 짧은 글과 대조해 보면 흥미로워요. 글 자체도 아름답지만, 읽는 경험은 훨씬 거리감 있고 머리로 하는 경험이어서, 몸으로 느끼는 정서적 이해는 훨씬 덜 전해져요.
우리 친구 Grant Sanderson은 YouTube 채널 3Blue1Brown에서 놀라운 수학 영상을 만들어요. 우리가 특히 좋아하는 영상 가운데 하나는 「Who cares about topology? (Inscribed rectangle problem)」 (위상수학이 왜 중요할까? 내접 직사각형 문제)인데, 대수적 위상수학의 아이디어를 써서 기하학의 비교적 최근 연구 결과를 증명하는 과정을 스케치하는 영상이에요. 무시무시하게 들리지만, 영상은 아름답고 이해하기 쉬우며 조회 수가 120만 회를 넘었어요.
『Wanderers』 처럼 이 영상을 보는 것도 놀라운 정서적 경험이에요. 영상을 내레이션하는 사람이 수학을 사랑한다는 게 뻔히 보이고, 공감하지 않을 수 없어요. 보는 동안 “아하!” 하는 순간,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연결이 뚜렷해지면서 놀라운 통찰이 찾아오는 순간을 거듭 겪어요. 이 영상은 수학을 비범한 아이디어와 흥미로운 신비를 품은 아름다운 것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수학을 하는 일 자체는 신비로운 게 아니며 누구나 이해하고 직접 해 볼 수도 있는 것임을 보여 줘요.
이런 식으로 주제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일은 간과하거나 과소평가하기 쉬워요. 하지만 이것은 모든 효과적인 학습과 모든 효과적인 행동의 토대예요. 그리고 이런 정서적 연결은 글보다 영상으로 만들기가 훨씬 쉬워요.
하지만 이 정서적 연결에는 이면이 있어요. Sanderson의 영상이 “수학을 가르치는” 영상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우리는 자주 봤어요. 하지만 Sanderson은 대화 중에, 시청자 가운데 수학을 세밀하게 이해하고 가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우리는 이것이 대체로 사실일 거라고, 즉 정서가 강한 영상은 대개 사람들의 세밀한 지적 이해를 거의 바꾸지 못할 거라고 짐작해요. 오히려 이런 영상의 비범한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정서적 연결에 있어요.
영상과 글의 가장 좋은 특성을 섞은 매체를 만들 수 있을까요?
특히 영상이 가진 정서의 폭, 경외와 신비와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데 쓸 수 있는 그 폭을 가진 매체를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도 그 정서적 연결을 세밀한 이해, 곧 세부 사항의 숙달에 단단히 뿌리내리게 하는 매체를요? 세부 사항의 숙달은 관습적인 글이 존재하는 이유이고, 기억 매체에서는 아마 그 이상으로 존재 이유가 돼요.
우리는 이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믿고, 영상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연결과 기억 매체가 줄 수 있는 세부 사항의 숙달을 함께 제공하는 기억 영상 (mnemonic video) 형식을 개발할 계획이에요.
이런 형식을 만드는 일은 어려워요. 많은 온라인 공개강좌 (MOOC) 플랫폼이 조금은 이런 방향의 시도를 해 왔어요. 전형적인 방식은 정서가 약한 강사 얼굴 중심 영상을 틀어 주다가 이따금 영상을 멈추고 짧은 퀴즈를 내는 거예요26. 아래 그림은 MOOC 플랫폼 가운데 하나인 Coursera에서 이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 줘요.
다른 MOOC는 세부 사항이 달라요. 하지만 전반적인 정서적 경험은 아래 그래프로 요약할 수 있을 거예요.
영상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정서적으로 마음을 끌 수도 있어요. 다만 Grant Sanderson 같은 사람들이 만든 최고의 영상만큼 정서의 폭과 연결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리고 전반적인 정서적 경험은 뚝뚝 끊기고, 거의 거부감이 들 정도예요. 정서적 경험과 지적 경험이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정성껏 다듬은 매체를 만들 수 있을까요? 이상적으로는 아래 그래프 같은 것을 만들 수 있을까요?
MOOC에서 질문은 보통 맥락에서 떨어져 나온 아주 건조한 형태로 제시돼요. 기억 영상에서는 내레이터가 전체 내레이션의 매끄러운 일부로서, 이 질문이 왜 중요한지, 참여하면 사용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설명할 거예요. 잘만 하면, 이를테면 적절한 음악을 깔고 내레이션에 긴박감이나 유희를 담으면, 무엇이 걸려 있는지 실감 나게 전할 수 있을 거예요. 동시에 동영상 플레이어를 고쳐서 사용자가 간격 반복 경험의 일부로 질문에 직접 답할 수 있게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정서가 강한 핵심 내레이션과 정서가 중간 수준인 질문 사이의 전환이 훨씬 부드러워질 거예요.
다음은 이를 구현하는 한 가지 방식을 짧게 스케치한 것으로27, 내레이터가 전체 내레이션에 녹아든 일부로서 질문을 소리 내어 던지는 모습을 보여 줘요.
기억 영상의 리듬은 기억 에세이와 상당히 다를 가능성이 커 보여요. 특히 질문의 빈도와 밀도는 기억 매체보다 낮을 것이고, 정서적 경험과 지적 경험의 균형을 잘 잡으려면 다양한 박자와 호흡을 시험해 봐야 할 거예요. 정서가 강한 영상에도 보통 조용한 순간이 있어요. 강한 정서는 부분적으로 강도가 낮은 순간과의 대비에서 나와요. 잘 만든 액션 영화나 스릴러에 소강상태가 꼭 필요한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내내 강도가 너무 높으면 결국 정서적 반응이 무뎌져요. 기억 영상은 질문이 이런 강도 낮은 정서적 박자를 채우도록 설계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이것은 기억 영상을 설계하는 한 가지 방식을 빠르게 스케치한 것에 불과해요. 이상적으로는 간격 반복 요소도 있어야 할 텐데, 아마 질문을 영상 대신 글로 묻는 방식이 될 거예요. 우리가 보기에 이런 스케치는 유망한 방향이지만, 상당한 개발과 집중적인 테스트가 필요해요. 특히 사용자의 정서적 경험과 지적 경험을 이해하고 다듬으려면 초 단위로 세밀한 사용자 경험 테스트를 해야 해요. 이 테스트는 목표 사용자가 의도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계속될 거예요. 이상적으로는 아주 다른 설계안을 몇 가지 더 만들어, 각 방식이 사용자의 정서적 경험과 지적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여기서 더 넓은 요점은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자는 거예요. 역사적으로 생각의 도구에 관한 연구 상당수는 감정을 무시하거나 부차적인 관심사로만 취급했어요. 대신 새로 익힌 기술, 사용자가 “배우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정서적 연결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SpockT3을 위해 설계해 온 거예요. 사용자가 무관심하다고 느끼나요? 두려워하나요? 적대감을 느끼나요? 불안해하나요? 아니면 흥분과 아름다움을 내면화하고, 어쩌면 자기 목표가 넓어지고 자아가 확장되는 경험까지 하나요?
반면 영화, 음악, (많은 경우) 비디오 게임 같은 매체 형식은 감정을 진지하게 다뤄요. 이런 형식의 설계자들은 사용자의 정서적 반응에 대해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 모델은 초 단위의 세밀한 이해에서부터 사용자의 전체 정서적 여정에 대한 깊은 고민까지 아울러요. 우리는 이런 접근법을 생각의 도구 개발에 쓰는 것이 가능하고 바람직하다고 믿어요.
동시에 긍정적인 정서적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생각의 도구가 오래가는 힘을 얻으려면 사용자가 실제로 숙달이 깊어지고 행동할 역량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해야 해요. 그래서 우리는 생각의 도구가 주는 정서적 경험과 지적 경험을 둘 다 진지하게 다루고 싶어요. 기억 영상은 그런 탐구를 하기에 좋은 무대예요. Einstein의 말T4을 살짝 바꿔 보면, 정서적 연결 없이 세밀한 이해에 이르는 것은 반쪽짜리이고, 세밀한 이해 없이 정서적 연결을 맺는 것은 오래가는 힘이 없어요.
왜 오늘날 생각의 도구 연구는 이렇게 적을까요?
생각의 도구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그에 관한 연구는 더 많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왜 주요 산업이 되지 못했을까요?
서론에서 말했듯이, 말로만 하는 찬사는 분명 넘쳐 나요. 예를 들어 기술자들이 컴퓨터를 “마음의 자전거”에 빗댄 Steve Jobs의 비유를 언급하는 일은 흔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말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컴퓨팅의 개척자 중 많은 이들은 인간의 인지를 향상하는 도구로서 컴퓨터가 제한적으로만 쓰이는 데 깊이 실망했어요. Douglas Engelbart는 “우리가 꼼짝없이 따라가고 있는 듯한, 위험하고 실망스럽고 협소한 길”을 비판했어요. 2006년, 자신의 비전이 얼마나 실현되었느냐는 질문에 Engelbart는 “2.8퍼센트쯤”이라고 농담 섞어 답했어요. Alan Kay는 “진짜 컴퓨터 혁명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강연을 하고, 한 인터뷰에서는 오늘날의 웹을 두고 “펑크 난 타이어를 다시 발명하는 꼴… 제발 최소한 Engelbart가 했던 만큼은 내놓으라고요”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겪어 보니, 오늘날 테크 업계의 리더 중 상당수는 Engelbart와 Kay, 그리고 그 동료들을 진심으로 존경해요.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를 향상하는 도구로서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일로 어떻게 좋은 사업을 꾸릴 수 있을지는 알지 못해요. 그리고 그런 사업 기회가 없으니 연구는 지지부진해져요.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회사를 세우기가 왜 어려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새로운 생각의 도구 개발에 진지하게 임하는 몇 안 되는 대기업 중 하나인 Adobe를 생각해 봐요28. Adobe는 디자이너와 아티스트를 위한 새로운 매체들(mediums)29, 즉 Illustrator나 Photoshop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큰돈을 쏟아부었어요. 이 매체들은 놀라운 생각의 도구예요.
Adobe로서는 안타깝게도, 이런 매체는 개발 비용이 엄청나게 드는 데다, 다른 회사가 아이디어를 값싸게 베끼거나 거의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막기도 어려워요. 예를 들어 Sketch라는 프로그램은 Adobe의 여러 제품, 그중에서도 아마 가장 두드러지게는 Illustrator의 뛰어난 기능을 상당수 그대로 따라 한 뒤 Adobe의 시장 점유율을 잠식해 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Figma가 Sketch와 Illustrator 양쪽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어요. Sketch도 Figma도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이 일을 해냈어요. 바로 이 점에서 두 회사는 Adobe보다 크게 유리해요.
Marc Andreessen은 이렇게 말했어요30:
순전히 제품 수준에서 진정한 방어력을 갖추는 일은 [실리콘] 밸리에서 정말 드물어요. 정말 뛰어난 엔지니어가 아주 많거든요… 게다가 추월의 문제도 있어요. 다음 팀은 당신이 한 일에서 배워서 더 나은 것을 만들 기회를 얻으니까요.
달리 말하면, 많은 생각의 도구는 공공재 (public good)예요. 처음 개발할 때는 큰 비용이 들지만, 다른 이들이 그것을 복제하고 개선하기는 쉬워서 초기 투자에 무임승차할 수 있어요. 이런 복제와 개선은 사회 전체로 보면 좋은 일이지만, 초기 투자를 한 회사에는 나쁜 일이에요. 그래서 이런 생각의 도구는 많은 공공재가 맞는 운명을 겪어요. 사회 전체가 그 도구가 주는 혜택에 비해 너무 적게 투자하는 거예요31.
앞에서 우리는 현대의 디자인 관행이 대체로 진정으로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만들어 낼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어요. 겉으로 보기에 이 프로세스 차원의 논증은 방금 펼친 공공재 논증과 아주 달라 보여요. 하지만 사실 프로세스 차원의 설명은 공공재 설명에서 따라 나오는 결과예요. 회사가 필요한 프로세스를 쓰지 않는 것은 그렇게 해서 얻을 가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에요. 반면 반도체 설계 같은 “하드 테크” 산업에서는 회사가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유인이 훨씬 커요. 그런 산업에서는 다른 회사가 그 연구를 복제하거나 그 가치를 가로채기가 상당히 더 어렵거든요.
비디오 게임과 비교해 보면 많은 것이 드러나요. 게임 회사는 진정으로 새로운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를 많이 개발해요. 이건 의외로 보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도 공공재 문제를 겪으리라 예상할 테니까요. 게임 디자이너는 그런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 다른 회사는 그 아이디어를 적은 비용으로 곧바로 복제하고 (개선하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그 아이디어들은 공공재이고, 비디오 게임 생태계 전체를 풍요롭게 해요.
하지만 비디오 게임 회사와 Adobe 같은 회사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많은 비디오 게임은 수익 대부분을 출시 후 처음 몇 달 동안의 판매에서 거둬요. 다른 회사가 뛰어들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베끼거나 변주할 수 있고 실제로도 그러지만, 이미 수익 대부분을 거둔 원작 게임의 매출에는 대개 별 영향을 주지 못해요32. 복제당하는 회사로서는 분명 짜증 나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초기 투자를 할 만한 가치는 있어요.
결과적으로 게임 분야에서는 기발한 새 인터페이스 아이디어가 게임을 돋보이게 하는 특징이 되고, 시장에서 그 게임의 주된 강점이 될 수 있어요. 실제로 새로운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는 게임이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Space Invaders』 부터 『Wolfenstein 3D』 , 『Braid』 , 『Monument Valley』 에 이르는 게임들에 담긴 (당시로서는) 독창적인 수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봐요. 그 결과, 많은 회사가 투자를 아끼기는커녕 새로운 인터페이스 아이디어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해요. 그 아이디어가 나중에 공공재가 되는데도 말이에요. 이런 식으로 비디오 게임 업계는 공공재 문제를 대체로 해결했어요.
반면 Adobe 같은 회사는 유통과 장기적인 종속(lock-in)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려요. 사람들, 아니 조직 전체가 자사 제품에 장기적으로 매이도록 설득하는 거예요. 학교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Photoshop 전문가”나 “Illustrator 전문가”라고 부를 수 있도록 강좌를 열어요. 회사들은 자기네 디자인 부서를 Adobe 도구만 쓰는 “Adobe 숍”으로 정해요. 그래서 Adobe가 기발한 새 인터페이스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하기는 하지만(비디오 게임 회사와 달리 Adobe에게 이것은 곧 생각의 도구를 뜻해요), 그것이 경쟁 우위의 핵심에서 한발 비켜나 있기에 핵심 우위였다면 들였을 만큼 투자하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Adobe는 어떤 회사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생각의 도구 개발에 힘쓰고 있어요.
비디오 게임 업계가 공공재 문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에요. 생각의 도구에도 해법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게임 업계의 참신함에 기댄 단기 수익 방식은 통하지 않아요. 우리는 사람들이 최고의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진정으로 숙달해 거장 수준의 기량을 쌓기를 바라지, (대부분의 게임처럼) 수십 시간을 들여 꽤 잘하게 된 다음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기를 바라지 않으니까요.
공공재 문제의 또 다른 그럴듯한 해법은 특허, 즉 발명의 사용에 대해 일시적인 독점권을 주는 방법이에요. Adobe를 비롯한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는 대규모 특허 포트폴리오를 쌓아요. 하지만 지금의 특허 제도는 이 문제의 해법이 되지 못해요. 2017년, Adobe의 지식재산·소송 담당 부사장 Dana Rao는 특허 제도의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어요:
[특허] 제도는 망가졌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특허로 한몫 챙기려는 이들이 일으킨 특허 골드러시예요… 그들의 가치는 특허 뒤에 있는 혁신이 아니라, 특허 청구항의 모호함과 원고에게 유리한 법정에서 그 특허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있어요… 이 부실한 특허들의 재료는 어디서 왔을까요? 소프트웨어의 등장이에요… 그 결과 범위가 넓고 무효인 경우도 많은 청구항을 담은, 아이디어만 있는 특허가 등록되었고, 특허로 한몫 챙기려는 이들은 기꺼이 이를 이용했어요.
Adobe는 다른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마찬가지로, 특허 출원의 상당 부분이 방어용이에요. 특허 괴물이 비슷한 아이디어로 소송을 걸지 못하도록 아이디어를 특허로 등록해 두는 거예요. 상황은 우리가 바라는 것과 거의 정반대예요. 혁신적인 회사는 특허 괴물에게 쉽게 공격당할 수 있어요. 특허 괴물은 거대한 특허 포트폴리오에 범위가 넓고 꽤 모호한 경우가 많은 청구항을 잔뜩 담아 두었지만, 그중 어느 것도 구체적으로 다듬어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혁신적인 회사가 (훨씬 큰 비용을 들여) 진정으로 좋은 새 아이디어를 개발해 출시하면, 다른 회사는 그 아이디어의 본질적인 핵심을 베끼면서도 어떤 특허든 그럴듯하게 피해 갈 만큼만 변형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허 제도는 보호해야 할 것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어요.
개별 회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 전체의 관점으로 바꿔 보면, 우리는 발명을 장려하고 싶을 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적당히 빠르게 퍼블릭 도메인으로 넘어가기도 바라요. 글쓰기나 숫자 체계 같은 근본적인 생각의 도구를 생각해 봐요. 그런 도구가 지식재산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전체에 퍼진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에요! 더 넓게 보면, 많은 생각의 도구는 널리 쓰일수록 사회에 더 큰 가치를 줘요. 여기서도 현대 특허 제도에는 잘 알려진 문제가 많아서, 사적 이익과 공익 사이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요. 잘 설계된 특허 제도라면 공공재 문제를 푸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실제로 가진 특허 제도는 이 문제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공공재 문제를 아예 피해 갈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 하는 생각의 도구가 세 부류 있어요:
- Google 같은 검색 엔진은 생각의 도구예요. 검색 엔진이 공공재 문제를 피하는 것은 그 가치가 인터페이스 아이디어가 아니라 브랜드, 그리고 복제하기 어렵고 자본이 많이 드는 백엔드 요소(데이터 센터, 독점 알고리즘, 광고 네트워크, 유통 등)에 있기 때문이에요.
- Twitter 같은 서비스는 집단적 사고를 위한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인터페이스는 쉽게 베낄 수 있지만,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회사 자체를 복제하기는 어려워요.
- 새로운 하드웨어 기기(예를 들어 VR 기기, Wii 리모컨, 새로운 악기)는 새로운 생각의 도구의 토대로 쓰일 수 있어요. 하드웨어도 복제할 수는 있지만, 소프트웨어를 복제하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많이 드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어쨌든 이런 회사의 강점은 유통, 마케팅, 그리고 해당 플랫폼용 제품을 만드는 업체와의 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 방안들은 모두 공공재 문제를 피해 가지만, 공공재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기억 매체나 기억 영상 같은 아이디어를 포함해 유망한 방향 중 상당수에는 공공재 성격이 상당 부분 들어 있어요. 이런 경우에 공공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보기에 가장 유망한 접근법은 두 가지예요:
- 연구에 대한 자선 기금 지원. 예를 들어 컴퓨터 애니메이션과 애니메이션 영화 분야가 이 접근법을 썼어요. 컴퓨터 애니메이션에 관한 수십 년간의 공공 연구는 강력하고 (많은 경우) 누구나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대거 낳았어요. 이는 다시 Pixar와 Dreamworks 같은 회사가 나올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되었고, 이 회사들은 그 아이디어 중 상당수를 더 발전시켜 대규모로 키워 냈어요.
- Adobe와 비슷한 회사들이 쓰는 모델. 새로운 생각의 도구가 회사 운영의 중심에 있지만, 경쟁을 막는 해자의 핵심은 아닌 모델이에요. 해자는 대신 교육, 마케팅, 문서화 같은 것을 중심으로 쌓을 수 있어요.
기본 전제를 의심해 보기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중요한 전제가 세 가지 있어요. 첫째는 우리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가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발견될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둘째는 생각의 도구 연구가 정체되어 있어서 흥미로운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에요. 그리고 셋째는 일종의 메타 전제로, 범용 인공지능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이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brain-computer interface, BCI)처럼 관련된 아이디어가 지금 유행하는 것에 비추어 봐도 이런 연구가 할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에요. 이 절에서는 이 전제들을 살펴봐요.
최고의 생각의 도구가 이미 다 발견되었다면?
다시 말해, 1960년대와 1970년대가 되풀이될 수 없는 황금기였고,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점진적인 개선과, 어쩌면 이따금 일어나되 점점 드물어지는 큰 돌파구뿐이라면 어떨까요?
이것이 사실이라고 시사하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있어요. 테크 업계는 자금이 넉넉하고 똑똑하고 야심 차고 재능 있는 사람이 많은 거대한 산업이에요. 발견할 만한 중요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분명 누군가가 발견하지 않았을까요? 이 논증은 개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힘을 얻어요. 우리는 생각의 도구에 매료되어 있고 (흔히 직접 연구도 하는) 뛰어난 사람을 많이 만나지만, 그들의 진전은 더뎌 보이거든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겉보기에는 그럴듯해도 사람을 오도해요. 정말 어려운 문제, 이를테면 힌두-아라비아 숫자를 발명하는 것 같은 문제는 좋은 의도와 관심만으로는 풀리지 않아요. 크게 빠져 있는 것은 진전을 이룰 만큼 강력한 기초 아이디어예요. 한 분야의 가장 초기, 즉 학문 이전 단계에서는 Ivan Sutherland, Doug Engelbart, Alan Kay, Bret Victor 같은 몇몇 비범한 사람이 진전을 이룰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아주 맞춤형이고 개인적인 진전이어서, 다른 사람이 능숙해지도록 돕거나 공동체로 넓히기가 어려워요. 아직 진정한 의미의 학문 분야가 아닌 거예요. 필요한 것은 강력한 실천 체계를 발전시키는 일이에요. 새로 들어온 사람이 빠르게 흡수해서 자기 나름의 실천을 키워 나갈 수 있을 만큼 명시적이고 강력한 핵심 아이디어의 집합 말이에요. 생각의 도구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 단계가 그리 멀지도 않다고 믿어요.
이 논증은 유용한 맥락이 되지만, 핵심을 건드리지는 못해요. 판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의 도구가 발견되기를 기다리며 잔뜩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다시 묻자면, 가장 중요한 생각의 도구는 이미 다 발견된 게 아닐까요?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니, 이 질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인류는 아직 제대로 애써 본 적이 없어요. PARC, SRI, 그리고 DARPA에서 영감을 받은 다른 초기 시도 같은 선구적인 연구소나 Dynamicland 같은 현대의 연구소처럼, 의욕 있는 소규모 그룹이 실제로 애쓰는 곳에서는 진전이 빨라요. 그런 노력은 인류의 전체 연구 노력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도인데도 그렇게 빠르게 진전을 이뤄요. 무척 고무적인 일이에요. 우리가 보기에 이는 그런 노력의 규모를 키우고 훨씬 더 야심 차게 나아가 볼 만하다는 뜻이에요.
그건 테크 업계가 하는 일 아닌가요? 생각의 도구는 지금도 많이 발전하고 있지 않나요?
특히, 상상력 풍부하고 의지가 굳고 자금도 넉넉한 사람들이 이미 이 일에 많이 매달리고 있지 않나요? 테크 업계의 상당 부분이 이미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일 아닌가요?
이 질문의 일부는 용어의 혼동에서 비롯돼요. 많은 테크 회사가 특정 문제를 풀기 위한 특수 목적 도구를 만드는 것은 분명해요. 그런 도구가 가치 있는 도구일 수는 있어도, 우리가 논의하는 넓은 의미의 “생각의 도구”는 분명 아니에요. 언어나 글쓰기, 또는 Illustrator 같은 것과는 다르죠.
그래도 정말로 생각의 도구를 개발하는 테크 회사도 있어요. 회사가 공공재 문제를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피해 간 예를 앞에서 이미 몇 가지 살펴봤어요. Illustrator, Google 검색, Twitter, Slack, Google Docs, 프로그래머용 도구33 같은 것들이에요. 모두 정말로 의미 있는 생각의 도구예요.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생각의 도구, 즉 언어, 글쓰기, 음악 등을 생각해 봐요. 이것들은 공공재예요. 언어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에요. 언어의 일부가 누군가의 소유가 되면(상표 등) 오히려 언어의 효용이 줄어든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이런 도구는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정신적 표상과 정신적 조작을 들여오는 일이에요. 그것들은 어떤 회사의 소유도 아니고, 인류가 소유한 패턴이에요.
이 논증대로라면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생각의 도구 중 상당수가 실제로 공공재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커 보여요. 그 말은 테크 회사가 다른 곳에 집중한다는 뜻이고, 상상력 풍부하고 야심 찬 많은 사람이 다른 곳에 집중하기로 한다는 뜻이며, 이 분야에서 연구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실천을 우리가 아직 발전시키지 못했고 그 결과 이 분야가 여전히 학문 이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에요. 결국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생각의 도구는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에요.
차라리 범용 인공지능(AGI)이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연구하면 어떨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아요. 왜 생각의 도구 대신 AGI나 BCI를 연구하지 않느냐고요. 그쪽이 더 중요하고 더 흥미롭지 않느냐고요. 그리고 특히 AGI는 필요한 기술이 생각의 도구 연구와 상당 부분 겹쳐 보이지 않느냐고요.
AGI와 BCI는 분명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예요. 게다가 지금은 AGI와 BCI가 훨씬 더 유행하고 있고 (자금도 더 많이 받아요). 독자로서 여러분은 우리의 생각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짐작하며 코웃음을 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생각의 도구 연구를 지지하지 않았다면 이 에세이를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면서 치열하게 씨름한 질문이에요. 우리 중 한 사람은 생각의 도구에 주로 집중하기로 마음먹기 전에 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썼어요. 가볍게 내린 결정이 아니었고, 지금도 때때로 그 결정을 다시 돌아봐요. 실제로 AGI와 BCI를 둘러싼 열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생각의 도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이봐, 너 저쪽에 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가 주기적으로 들리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거예요. 유행은 유혹적이니까요.
눈에 띄는 차이 하나는 AGI와 BCI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잘 정의된 목표에 바탕을 둔다는 점이에요. 반면 생각의 도구 연구는 훨씬 덜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요. 우리는 대체로 잘 정의된 장기 목표를 내세우지 못해요. 그 대신 장기적인 비전과 열망을, 아니 어렴풋한 심상에 가까운 것을 품고 있어요. 이 연구는 사실상 열린 질문을 탐구하는 일이에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생각의 범위를 바꾸고 넓히는 도구를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요?
문화적으로 테크 업계는 공학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사고방식이 지배해요. 아주 구체적인 최종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을 때 KPI를 정하고, OKR을 평가하고, 산출물을 관리하기가 훨씬 쉬워요. 그러니 테크 문화가 전체적인 연구 프로그램으로서 AGI와 BCI에 훨씬 더 호의적인 것도 아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거예요.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인류의 가장 큰 돌파구가 이런 목표 지향적인 방식으로 나온 것은 아니에요. 생각의 도구의 원형이라 할 언어의 탄생은 어쩌면 인류의 존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일 거예요. 그리고 언어의 기원은 뜨거운 논쟁거리이고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목표 지향적인 과정의 결과였을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여요. 선사 시대의 분기별 OKR이 언어의 발달로 이어졌다고 상상해 보면 웃음이 나요. 도대체 어떤 목표를 세울 수 있었을까요? 새 불규칙 동사 할당량이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에요!
마찬가지로 다른 생각의 도구, 즉 글쓰기나 인쇄기 같은 것의 발명도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돌파구로 꼽혀요. 그리고 우리가 아는 한, 그 모두는 주로 열린 탐구에서 나왔지, 주로 목표 지향적인 방식으로 나오지 않았어요. 컴퓨터 자체도 오늘날 테크 업계에서라면 터무니없이 사변적이고 제대로 정의되지 않았다고 여겨질 탐구에서 나왔어요. 누군가가 앉아서 “컴퓨터를 발명해야겠어”라고 생각한 게 아니에요. 그건 당시 사람들에게 아무런 준거 틀이 없던 생각이었으니까요. 그 대신 Alan Turing과 Alonzo Church 같은 개척자들은 논리, 수학, 그리고 증명 가능하다는 것의 본질에 관한 지극히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그리고 난해해 보이는) 질문을 탐구하고 있었어요. 그 탐구에서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컴퓨터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컴퓨터는 목표가 아니라 발견된 개념이었던 거예요. 근본적이고 열린 질문은 아무리 야심 찬 목표와 견주어도 적어도 그만큼은 좋은 돌파구의 원천인 것 같아요. 이건 실리콘밸리의 목표 지향적인 문화에서는 상상하기도, 남을 설득하기도 어려운 이야기예요. 사실 우리 자신도 목표 지향적인 문화의 매력을 느껴요. 하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열린 탐구도 그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성공할 수 있어요.
“새로운 생각의 도구는 어떤 모습일까요?”는 우리가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거의 정의상, 우리는 그것을 말할 수 없어요. 앞에서 말했듯이, 그 경험을 에세이로 전할 수 있다면 그 도구는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거예요. 사람의 생각을, 나아가 의식까지 바꾸고 있지 않은 셈이니까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억 매체를 이해하려면 그것을 오랜 기간 집중적으로 써 봐야 해요. 그렇게 해도 그 효과를 의식하지 못할 수 있어요. 우리가 인터뷰한 사용자 중에는 자신이 읽은 에세이의 내용을 놀라울 만큼 잘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모르는 듯한 사람들도 있었어요. 의식 철학에서 가장 유명한 논문 중 하나의 제목은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What is it like to be a bat?」 )예요. 생각의 도구는 저마다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은 도구에 푹 빠져 보지 않고는 답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요. “언어 사용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음악가가 된다는 것은?” 하는 식으로요.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생각의 도구 연구가 AGI나 BCI 연구보다 더 중요해질 법하다고 봐요. 그리고 지금 AGI와 BCI 연구가 얼마나 유행하고 자금을 넉넉히 받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한계 효용으로 볼 때 생각의 도구 연구가 훨씬 더 큰 이득을 준다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여요.
더 장기적으로는 어떨까요? 그쪽은 상황이 덜 분명해요. 세 분야가 합쳐지거나, 적어도 서로에게 강하게 영향을 주고받을 가능성이 커 보여요. 우리 중 한 사람은 Shan Carter와 함께, AI의 가장 유망한 응용 중 하나가 새로운 생각의 도구를 발견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어요34.
BCI는 그보다 더 밀접하게 관련될 것 같아요. BCI는 때로 장기 기억을 담는 메모리 칩이나, 단기 작업 기억을 늘리는 어떤 방법 같은 아이디어로 설명되곤 해요. 그런 아이디어는 충분히 중요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BCI가 새로운 정신적 조작, 새로운 정신적 표상, 생각을 위한 새로운 어포던스를 가능하게 하는 데 쓰일 수도 있어 보여요. 한마디로, BCI가 아닌 생각의 도구를 개발할 때 다루는 것과 같은 종류의 것들이에요. 어쩌면 우리는 4차원이나 5차원, 또는 그 이상의 차원에 있는 자신을 직접 상상하거나, 리만 다양체를 가로지르는 자신을 상상하는 능력을 키우게 될지도 몰라요. 또는 의식적 주의를 여러 갈래로 동시에 기울이는 능력을 갖게 될지도 몰라요. 이것들은 생각의 인터페이스, 즉 허용되는 기본 추상과 조작을 바꾸는 일이에요. 그러니 오늘날의 생각의 도구 연구가 미래에 우리가 BCI를 쓰는 방식에 직접 영향을 줄 법해 보여요.
실행 가능한 책
글쓰기의 기술이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Edwin Schlossberg
컴퓨터 과학자 Peter Norvig는 사회의 부의 분포를 다룬 인터랙티브 에세이를 썼어요. Norvig의 에세이는 Jupyter 노트북인데, 여러 아이디어를 실행되는 Python 코드로 표현해요. 이 코드는 처음에 부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정해 두고 에이전트 집단을 만들어요. 에이전트들은 무작위로 (그리고 되풀이해서) 둘씩 만나 간단한 경제적 거래를 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간단한 거래 모델은 이런 식일 수 있어요. 두 사람이 만나면 두 사람의 부를 한데 모은 다음, 둘 사이에 무작위로 나눠요. 이 모델은 감을 잡게 하려는 것일 뿐이고, 당연히 더 복잡한 거래 모델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요. 노트북은 시간이 흐르면서 부의 분포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해요.
Norvig의 에세이가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Python 코드 몇 줄만으로 부의 불평등에 관한 놀라운 결과를 보여 준다는 데 있어요. 예를 들어 그 결과는 경제의 초기 부의 분포가 장기적인 부의 분포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해요. 장기적인 부의 분포를 결정하는 것은 오히려 거래의 성격이에요. 이 결과는 적어도 일부 사용자의 직관에는 어긋날 거예요. 또 다른 예로, 그 결과는 에이전트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사람하고만 거래하도록 제한해도 최종적인 부의 분포가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시사해요.
이런 결과는 일부 사용자의 직관을 흔들 거예요. 다만 사용자는 흘려듣기 쉬운 추상적 논증만 마주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Norvig의 모델을 직접 만져 볼 수 있어요. 초기 부의 분포가 장기적인 부의 불평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 볼게요. 그러면 반례를 찾아보라는 도전장을 받은 셈이에요. 장기적인 불평등에 정말로 영향을 주는 초기 부의 분포 말이에요. Python 코드를 한 줄이나 몇 줄만 간단히 고쳐 가며 초기 분포가 중요해지는 경우를 찾아보는 실험을 쉽게 할 수 있어요.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사람은 문제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거예요35.
Norvig의 에세이 내용이 더 관례적인 정적 형태로 제시되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러면 독자가 결과를 확장하거나 따져 묻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완전히 통달하고 수학 실력도 상당해야 했을 거예요. 하지만 노트북 형식에서는 독자가 훨씬 쉽게 실험할 수 있어요. 탐구에 발판이 마련되어 있어서, 조금씩 고쳐 보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Norvig가 미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의 답까지 볼 수 있어요. 이렇게 발판 위에서 하는 탐구는 독자가 스스로 이해를 쌓아 가는 방법이고, 어쩌면 지식의 최전선을 넓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어요.
Norvig의 에세이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천 개(어쩌면 수백만 개)의 Jupyter 노트북 중 하나예요. 물론 그런 노트북 대부분은 급하게, 엉성하게 쓰여요. 하지만 Norvig처럼 뛰어난 작가이자 사상가의 손에서 노트북은 개인의 생각에도, 함께하는 생각에도 놀라운 환경이 될 수 있어요. 노트북을 그저 에세이와 코드를 섞어 놓은 것쯤으로 여기기 쉬워요. 하지만 사실 노트북은 에세이와도 코드와도 다른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미디어 형식이고, 훨씬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눈에 띄는 기회를 품고 있어요. 이 절에서는 그 기회를 살펴볼게요36.
우리는 Norvig의 에세이를 “인터랙티브 에세이”라고 불렀어요. 기억 매체 같은 다른 인터랙티브 형식과 구별하려면 좀 더 구체적인 용어가 있는 편이 좋아요. 이 에세이에서는 실행 가능한 책 (executable book)이라는 용어를 쓸게요37. 여기서 이 용어를 엄밀하게 정의하지는 않을 거예요. 정의가 핵심이 아니니까요. 핵심은 산문과 코드를 대략 이런 형태로 결합한 미디어 형식의 잠재력을 더 잘 이해해 보는 데 있어요.
생각의 도구는 진지한 작업 속에서 개발해야 해요: 정본 콘텐츠를 향한 열망
Logo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든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Seymour Papert는 Logo에 대해 놀라운 열망을 품고 있었어요. Logo는 이따금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로 소개되고, 사람들은 Papert가 주로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배우도록 돕는 데 관심이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건 Papert의 주된 의도가 아니었어요. Papert는 아이들이 수학적 아이디어 속에 푹 빠져들 수 있는 몰입형 환경, 일종의 “수학 나라(Mathland)”를 만들고 싶어 했어요. 요컨대 아이들이 수학 나라에 가서 미분기하학을 배울 수 있게 하려는 거였죠.
아름다운 열망이고, Logo에는 눈에 띄는 아이디어가 많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아는 한, 전문 미분기하학자(더 넓게는 수학자) 가운데 Logo를 자기 작업의 도구로 진지하게 쓰는 사람은 없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건 꺼림칙해 보여요. Logo가 정말로 미분기하학의 아이디어를 표현한다면, 왜 미분기하학자들은 Logo를 쓰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해요. 혹시 Logo는 미분기하학에 관한 중요한 아이디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아이디어를 빠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Papert는 수학 교육을 받았지만, 그 자신이 뛰어난 미분기하학자는 아니었어요. 무엇을 넣어야 할지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그리고 Logo에 관심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분명 그런 판단을 내릴 자격이 없어요.
이에 대해 흔히 나오는 반박이 있는데, 우리는 Logo 커뮤니티 안에서 이 반박을 들은 적이 있어요. 생각을 위한 여러 환경의 “바닥”과 “천장”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이 설명에 따르면 Logo는 바닥이 낮고(누구나 쓸 수 있다는 뜻이에요) 천장도 낮아요(그래서 전문가가 하고 싶어 할 법한 고급 작업에는 잘 맞지 않아요).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들려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납득하기 어려워요. Logo를 만든 사람들은 Logo를 통달하면 나중에 진짜(이렇게 말해서 미안해요!) 미분기하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걸 어떻게 알까요? 성공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우리 중 한 명(MN)은 미분기하학과 아주 가까운 분야인 리만 기하학을 몇 년 동안 연구했어요. Logo는 쓰는 재미가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도 많이 담고 있지만, MN이 보기에 Logo를 배우는 것이 미분기하학을 배우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Norvig의 경제학 에세이 끝에는 이 에세이를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설명하는 짧은 후기가 있어요. Norvig는 에세이를 쓰기 얼마 전에 노트북에서 다루는 종류의 경제 모델에 관해 듣고, 그 모델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탐구해 보고 싶었어요. 동료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각자 따로 문제를 풀어 본 뒤 결과를 비교해 보기로 했어요. Norvig의 에세이가 어떤 의미에서는 “교육적”이긴 하지만, Norvig는 자신이 진심으로 궁금했던 문제들을 탐구하려고 이 에세이를 썼어요. 교육적인 측면은 부산물이었어요.
그러니까 여기 일련의 질문을 탐구하고 싶었던 세계적 수준의 연구 과학자가 있어요. 이 사람은 Jupyter라는 매체를 써서 탐구를 하고, 그다음 그 탐구를 세상과 나눴어요.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곧바로 그의 생각 위에 무언가를 쌓고 그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형태로 나눴어요.
생각의 도구에 관한 연구 중에는 장난감이나 “교육용” 환경의 형태를 띤 것이 많아요. 실제 작가는 쓰지 않는 글쓰기 도구. 실제 수학자는 쓰지 않는 수학 도구. 이런 식이에요. 그런 도구를 만드는 사람들의 의도가 좋다 해도, 이런 패턴을 의심하지 않기는 어려워요. 일종의 화물 숭배(cargo cult)T5에 빠지기가 아주 쉬워요. (이를테면) 수학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분야의 핵심과 맞붙기를 피하는 작업을 하게 되는 거죠. 이런 장난감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도구를 만들어 준다는 바로 그 분야에서 진지한 독창적 작업을 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구체적으로 말해 볼게요. 어떤 분야 X(이를테면 X = 미분기하학)를 위한 도구를 만들고 싶다고 해 보세요. 그 분야를 깊이 실천하고 있지 않다면, 좋은 도구를 만들기는 극도로 어려울 거예요. 목공을 직접 해 보지도 않고 새로운 목공 도구를 만들려는 것과 비슷하겠죠. Mathematica 같은 도구가 꽤 잘 작동하는 이유 중 하나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거예요. 수석 설계자인 Stephen Wolfram은 수학과 물리학에 진짜 연구 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물론 Mathematica의 모든 부분이 똑같이 잘 작동하지는 않아요. 장난감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아마 그런 부분이 회사 내부에서 진지하게 쓰이지 않는 부분일 거예요.
여기에는 일반 원칙이 있어요. 좋은 생각의 도구는 대개 진지한 문제에 대해 독창적인 작업을 하는 과정의 부산물로 생겨나요. 그런 도구는 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거나, 그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일하며 진심으로 그 일에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38. 게다가 그 문제 자체도 보통 문제를 푸는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강렬하게 관심을 두는 문제예요. 이들은 월급 때문에 그 문제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에요. 답을 너무나 알고 싶어서 붙잡고 있는 거예요.
많은 사람이 왜 첫 번째 기억 에세이의 주제로 양자 컴퓨팅을 골랐느냐고 물었어요. 더 쉬운 주제를 골랐다면 훨씬 더 많은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에세이가 진정성을 갖기를,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를 다루기를 바랐어요. 우리 중 한 명(MN)은 양자 컴퓨팅에 관해 독창적인 연구를 많이 해 왔어요. 에세이에는 그런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요. 실제로 에세이 전체가 MN이 개인적으로 답하고 싶었던 질문에 답하는 틀로 짜여 있어요. 인류가 언젠가 외계인을 발견한다면, 그들에게 컴퓨터가 있을까? 있다면 어떤 종류의 컴퓨터일까? 억지로 지어낸 질문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꽤 진지한 질문이고, 알고 보면 답이 간단하지 않은 깊은 질문이에요. 에세이를 쓰면서 MN은 이 질문을 상당히 더 잘 이해하게 되었어요.
그렇긴 해도, 에세이를 만든 주된 목적은 그 질문에 답하는 게 아니라 기억 매체를 만드는 데 있었어요. 앞으로 생각의 도구를 연구할 때는, 우리 스스로 진심으로 답하고 싶은 질문을 훨씬 더 강하게 밀어붙일 만해요. 그렇게 하면 스스로에게 정직할 수 있어요. 그저 화려한 장난감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흥미로운 실제 문제를 푸는 데 정말로 쓸모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니까요.
진지한 매체에는 정본 미디어 (canonical media)라는 개념이 있어요. 매체의 범위를 넓히고, 그 매체의 창작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작품을 말해요. 예를 들어 『시민 케인』 , 『대부』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는 모두 영화의 범위를 넓혔고, 후대 영화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어요. 새로운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예요. Grant Sanderson 같은 YouTuber는 정본 영상을 만들었어요. 사람들이 영상이라는 형식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범위를 넓힌 거예요. 그리고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같은 책은 교과서에서 같은 일을 해요. 어느 경우든 자기가 하는 일에 깊이 헌신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Feynman의 여러 강의를 보면 Feynman이 단순히 가르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분명히 보여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려는 평생의 개인적 집착이 낳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는 거예요. 가슴 뛰는 일이고, 형식을 넓혀요.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Jupyter 노트북을 대하는 사람들의 야심이 너무 작아서 실망스러웠어요. 사람들은 이 매체를 그다지 세게 밀어붙이지 않았어요. Jupyter 노트북의 『시민 케인』 은 없어요. 사실 우리는 뤼미에르 형제T6 수준을 겨우 넘어섰을 뿐이에요. Norvig의 노트북 같은 사례는 훌륭한 작업이지만, 이 매체를 대표하는 사례로 평가하면 실망스러워 보여요.
정본을 열망한다면, 해 볼 만한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하나 있어요. 가장 최근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기후 평가 보고서를 가져다가(아마 작은 부분부터 시작해서) 실행 가능한 버전을 만드는 거예요. 주장과 참고 문헌으로 가득한 보고서 대신, 사람들이 탐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기후 모델, 실은 서로 연결된 여러 모델이 생기는 거죠. 충분히 잘 만든다면 사람들이 그걸로 수업을 할 거예요. 정말 탁월하다면 수업에 쓰이는 데 그치지 않고, 어쩌면 많은 기후 과학자의 창의적인 작업 환경이 될 수도 있어요.
이 방향의 유망한 탐구 중 하나가 『The 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lassical Mechanics』 (고전역학의 구조와 해석)이에요. 고전역학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아름다운 실행 가능한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고전역학의 많은 정리가 지면 위의 정적인 형태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라, 사용자가 고칠 수 있는 코드로 살아 있어요. 정리가 API가 되어, 말 그대로 다른 대상에 적용하고 서로 연결할 수 있어요. 이 책은 Jupyter보다 훨씬 강력한 기반 모델을 사용하는데, 책의 일부로 새로운 기호 언어를 개발하기까지 해요. 결점도 많아요. 그중 하나로, 책이 브라우저에서 바로 실행되지 않아서 사용자가 실험하기 어려워요. 그리고 책은 잘 쓰였지만, 저자들은 다른 몇몇 책의 저자들만큼 고전역학을 깊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도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는, 영감을 주는 책이에요. 그리고 저자들이 진지한 목적을 위해 실행 가능한 책을 쓰고 정본 미디어를 열망할 때 무엇이 가능한지를 넌지시 보여 줘요.
거꾸로 된 글쓰기 구조로 더 강한 정서적 연결 만들기
양자역학에 관한 대중서를 쓰는 저자를 생각해 보세요. 이런 저자는 유리한 위치에 있어요. 블랙홀 증발, 양자 순간이동, 초기 우주에서 양자 요동이 한 역할 같은 놀라운 현상으로 책을 시작할 수 있거든요. 원한다면 인류가 아는 가장 깊은 수수께끼 몇 가지로 시작할 수도 있어요. 양자역학과 중력의 관계나 양자 측정 문제 같은 것들이요. 경이로운 현상과 아름다운 수수께끼는 차고 넘쳐요. 이런 것들은 많은 사람,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 마음속 무언가를 건드려요. 그래서 독자를 끌어들이고, 몰입하게 하고, 계속 붙잡아 두기가 비교적 쉬워요.
반면 양자역학에 관한 전형적인 기술 서적을 생각해 보세요. 블랙홀 증발이나 양자 순간이동으로 시작할 가능성은 아주 낮고, 설령 그렇게 시작하더라도 그 논의는 형식적인 데 그칠 거예요. 대신 건조하게, 기술적인 세부 사항으로 시작하겠죠. 복소수. 파동함수. 온갖 종류의 미분방정식과 그 풀이법. 에르미트 연산자와 유니터리 연산자.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천천히, 양자역학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모든 장치를 쌓아 가요. 대중서에서 늘 다루는 흥미진진한 문제들과 책이 이어지기 시작하기까지 수십 쪽, 심지어 수백 쪽이 걸릴 수도 있어요.
좋은 기술적 글을 써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건조하게 밑바닥부터 쌓아 올리는 방식에 자주 불만을 표해요. 저자가 재미있는 내용에서 멀어지지 말고, 기술적인 표기법과 용어를 덜 써야 한다고 불평하죠. 하지만 유능한 저자들이 이 처방을 따르려고 하면, 결과는 어김없이 좋지 않아요.
한 가지 문제는, 블랙홀 증발이나 양자 순간이동 같은 것에 관한 비유를 몇 년 동안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이에요. 그렇게 다 읽고 나서 남는 진짜 이해는 대개… 별로 없어요. 비유와 어림짐작식 추론은 그리 멀리 가지 못해요. 재미있을 수도 있고, 이해했다는 느낌을 어느 정도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추론은 확장되지 않아요. 다른 현상에 적용할 수 없어요. 적어도 숱한 단서를 달지 않고는 말이에요. 독자로서는 이해하거나 적용할 처지가 못 되는 단서들이죠. 그래서 좋은 기술 저자들은 대개 제1원리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리고, 이따금 동기를 주는 더 큰 그림으로 잠시 곁길로 빠져요. 그 말은 곧 세세하고 기술적인 세부 사항을 잔뜩 다루면서 시작한다는 뜻이에요.
관례적인 기술 서적과 실행 가능한 책이 열어 주는 가능성을 대조해 보면 놀라워요. 이를테면 실행 가능한 책을 첫 페이지부터 바로 양자 순간이동으로 시작하는 걸 상상해 볼 수 있어요. 사용자가 곧바로 양자 시스템을 순간이동시킬 수 있게 해 주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거예요. 아마 라이브러리를 하나 불러오는 식이겠죠. 사용자는 양자 순간이동 프로토콜의 여러 부분을 실험해 보면서, 이 프로토콜에 관한 가장 놀라운 아이디어를 곧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사용자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부 이해하지는 못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순간이동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내면화하기 시작할 거예요.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여유 있게, 저자는 선험적으로 보면 더 건조해 보일 법한 세부 사항 일부를 풀어 나갈 수 있어요. 다만 그 시점이 되면 독자는 이미 그 세부 사항에 마음을 쏟고 있을 테니, 그렇게 건조하게 느껴지지 않을 거예요39.
다시 말해, 사용자가 이미 관심을 갖고 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동기를 느끼는 내용으로 실행 가능한 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순간이동이나 빅뱅을 탐구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죠. 하지만 그런 시작은 대중 과학의 약점, 즉 모호하고 부정확하다는 문제를 겪지 않아요. 오히려 인터페이스는 완전히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을 거예요. 그리고 조금만 신경 쓰면 인터페이스를 확장해서 점점 더 넓은 맥락에 적용할 수 있어요. 이해가 다른 곳으로 전이될 수 있는 거예요. 내용의 아주 작은 부분만 이해한 사용자라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면서 놀이와 탐구를 바탕으로 이해를 쌓아 갈 수 있어요. 이런 접근은 장난감 같은 이해로 이어질 뿐이라고 일축하는 경우가 흔해요. 우리는 반대로, 발판이 충분히 잘 설계되어 있다면 깊은 이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어요40. 충분히 깊이 있게 개발된다면, 이런 환경은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데 쓰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아는 한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지하게 추진한 사람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시도해 보면 재미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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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과 결론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 핵심을 일반 원칙, 질문, 믿음, 포부로 추려 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기억 시스템, 특히 기억 매체부터 시작해 볼게요.
- 기억 시스템이 있으면 기억은 운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돼요: 그 덕분에 배우는 대상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걱정이 줄고, 주의력이 풀려나 개념 이해, 문제 해결, 창작 같은 다른 종류의 학습에 집중할 수 있어요.
- 기억 시스템은 아직 걸음마 단계예요: 지금의 기억 시스템이 해내는 것보다도 더, 사람의 실질적인 기억력을 열 배로 늘릴 수 있어요. 그리고 기억 매체 같은 시스템은 사용자가 애초에 이해할 수 있는 주제의 폭을 넓혀 줄지도 몰라요.
- 기억 매체를 대가의 솜씨로 쓴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의미에서 기억 매체는 “그저” 플래시카드일 뿐이에요. 그렇다고 하찮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아요. 올바른 결론은 플래시카드가 크게 과소평가되어 있다는 거예요. Quantum Country를 쓰면서 우리는 카드 쓰기를 경건하게 대했어요. 이상적으로는 저자가 카드 쓰기를 Nabokov가 문장 쓰기를 대했던 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해요. 물론 우리가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런 포부가 있어야 이 매체가 닿는 범위가 넓어져요. 기억 매체의 대가다운 쓰임, 나아가 정본이 된 쓰임은 어떤 모습일까요?
- 기억 시스템은 사실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진짜 개념 이해를 쌓는 데도 쓸 수 있어요: Quantum Country에서는 한편으로는 대가 수준의 카드 쓰기를 지향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간격 반복을 서사 안에 녹여 맥락과 이해를 차근차근 쌓아 가는 방식으로 이를 이뤄 내요.
- 기억의 궁전 같은 기억술은 훌륭하지만, 진짜 개념 이해를 쌓을 만큼 범용적이지는 않아요: 이런 기법은 매우 특수하고, 많은 개념 지식에 원래 들어 있는 연결이 아니라 인위적인 연결을 강조해요. 그래도 그때그때 정해진 구조를 지닌 지식의 기초를 다지는 데는 기억술이 쓸모가 있어요.
- 기억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요: 문제 해결, 창작, 메타인지를 비롯해 인지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기억이 역할을 해요. 이를 뒤집어 보면, 기억 시스템 자체도 다른 종류의 도구로 자라나고 싶어 한다는 뜻이에요. 읽기 도구, 문제 해결 도구, 창작 도구, 주의력 관리 도구로요. 다만 기억 시스템이 무엇이 되고 싶어 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어요. 다시 말하지만, 기억 시스템은 걸음마 단계예요.
기억 매체는 생각의 도구 프로토타입 하나일 뿐이에요. 우리는 기억 영상과 실행 가능한 책을 비롯해 다른 아이디어도 여럿 다뤘어요. 핵심을 정리하면 이래요.
- 어떤 실천 방식이 있어야 힌두-아라비아 숫자만큼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가 나올까요? 그리고 현대 디자인 관행과 테크 업계의 제품 개발 관행은 어떤 면에서 부족할까요? 성공하려면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이 전속력으로 돌아가야 하고, 깊이 있는 연구 문화의 장점과 실리콘밸리 제품 문화의 장점을 한데 모아야 해요.
- 생각의 도구는 (대체로) 공공재이고, 그래서 공급이 부족해요: 그렇긴 해도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생산 모델 가운데 성공한 사례가 있어요(게임 업계, Adobe, AutoDesk, Pixar). 이런 모델을 연구하고, 가능한 곳에서는 본받고, 비슷한 모델을 더 찾아내는 영감으로 삼아야 해요.
- 감정을 진지하게 다루세요: 지금까지 생각의 도구 연구는 주로 인지에 초점을 맞춰 왔어요. 많은 연구가 감정이 배제된 Spock의 세계에 갇혀 있었죠. 하지만 최고의 음악가, 영화감독,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만큼 감정을 진지하게 다뤄야 해요. 기억 영상은 이런 탐구를 펼치기에 유망한 수단이에요. 깊은 정서적 연결과, 기억 매체가 지향하는 세밀한 지적 숙달을 함께 담아낼 수도 있어요.
- 생각의 도구는 깊이 있고 독창적인 창작 작업과 나란히 개발되어야 해요: 생각의 도구 연구 중 상당수는 장난감 같은 문제와 장난감 같은 환경에 집중해요.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는 그것도 유용하지만, 이런 도구가 성공하려면 결국 진지하고 독창적인 창작 작업에 쓰여야 해요. 그게 도구가 정말로 작동하는지, 아니면 그럴듯한 이야기만 늘어놓는지 가려내는 최소한의 시금석이에요. 이상적으로는 어떤 도구든 그 형식을 넓혀 가며 다른 창작자들의 의식 속으로 스며드는 정본 미디어가 꾸준히 나와야 해요.
에세이를 시작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물론 우리는 그런 도구가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정의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런 도구는 실천 방식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바꿨을 때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도구, 즉 비선형적인 보상과 사고의 질적 전환을 낳는 도구예요. 실천 방식을 조금 바꾸면 결과도 조금 바뀌는 보통의 상황과는 대조적이죠.
역사적으로 인류는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많이 발명해 왔어요. 문자와 음악이 오래된 예이고, 현대에는 Photoshop이나 AutoCAD 같은 도구가 여기에 해당해요. 아직 아주 초기 단계지만, 우리는 기억 매체가 큰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믿어요. 우리가 설명한 방향으로 훨씬 더 발전시켜야 하고, 강력한 아이디어도 더 필요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도 인류가 우리의 사고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기억 실천을 널리 공유하는 일은 가능하다고 믿어요.
더 넓게 보면, 이 에세이의 원칙들이 판을 바꾸는 생각의 도구를 더 많이 만들어 내는 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요. 지금까지 생각의 도구는 대부분 영감을 받은 개인이나 그룹이 그때그때 맞춤으로 발명해 왔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발명을 일상적으로 해내는 공동체가 자리 잡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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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이 에세이는 많은 사람과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해요. 특히 David Albert, Shan Carter, May-Li Khoe, Robert Ochshorn, Grant Sanderson, Caitlin Sikora, Bret Victor에게 감사해요. 에세이 초안에 피드백을 준 Nicky Case에게도 고마워요. 이 작업은 Patreon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았어요. AM은 Emergent Ventures의 보조금으로 일부 지원을 받고 있어요. MN의 작업은 YC Research의 지원을 받았어요.
인용
학술적인 맥락에서 출처를 밝힐 때는 이 글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 주세요.
Andy Matuschak and Michael Nielsen, “How can we develop transformative tools for thought?”, https://numinous.productions/ttft, San Francisco (2019).
저자는 알파벳순으로 적었어요.
라이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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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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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Douglas Engelbart, 「Augmenting Human Intellect: A Conceptual Framework」 (19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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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Kay, 「User Interface: A Personal View」 (1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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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Alan Kay, 「User Interface: A Personal View」 (1989) 등 여러 곳에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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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erson의 튜링상 수상 강연 「Notation as a Tool of Thought」 (1979)에서 그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어요. 덧붙이자면, Iverson조차 실제로 설명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도구가 아니라 생각의 매체인 APL 프로그래밍 언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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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Andy Matuschak, 「Why books don’t work」 (2019)를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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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효과에 관한 문헌은 방대해요. 입문용으로는 Gwern Branwen, 「Spaced Repetition for Efficient Learning」 이 유용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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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꼼꼼한 독자라면 앞에서 첫 복습 간격이 5일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궁금할 거예요. 사실 첫 복습을 5일 뒤에 하도록 복습 일정을 바꾼 건 최근이에요. Quantum Country 역사 대부분의 기간에는 복습 일정이 더 보수적이었고, 차이는 그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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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매트릭스』 에서 등장인물 Neo는 컴퓨터로 무술 실력을 순식간에 머릿속에 업로드해요. 업로드를 마치고 눈을 뜨면서 Neo는 다른 등장인물 Morpheus에게 “나 쿵후를 할 줄 알아”라고 말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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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규모 있게 확장해 보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해 보는 일을 상상해 보면 흥미로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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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말하면, 평소대로 복습한 그룹에는 사용자가 16명, 복습을 미룬 그룹에는 25명이 있었어요. 각 변수가 독립적이고 동일한 분포를 따르는 이항 변수라고 가정했을 때 95% 신뢰구간은 91 ± 4%, 87 ± 5%, 89 ± 5%, 96 ± 3%였어요. 사용자와 질문에 따른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독립 동일 분포라는 가정은 근사예요. 또한 이 분석은 복습 간격이 1일, 3일, 1주, 2주였던 Quantum Country의 이전 버전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밝혀 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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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Quizlet의 기본 제품은 간격 반복을 쓰지 않아요. 하지만 간격 반복을 쓰는 유료 버전이 있고, 그 밖의 면에서는 이런 시스템들과 꽤 비슷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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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몇몇 흥미로운 틈새 사용자층에서는 널리 쓰여요. 예를 들어 Anki를 쓰는 의대생들의 활발한 커뮤니티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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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게 보면 Wozniak은 Sebastian Leitner와 함께 간격 반복 기억 시스템을 개척한 대표적인 인물이에요. Wozniak의 생각은 상당 부분 놀라운 SuperMemopedia에서 (또는 거기 연결된 링크를 통해)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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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Nielsen, 「Augmenting Long-term Memory」 (2018), 그리고 Michael Nielsen, 「Using spaced repetition systems to see through a piece of mathematics」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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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9일 추가: 이 주장은 우리 데이터 분석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지금은 철회했어요. 기록을 위해 본문은 남겨 두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 주장을 믿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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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Nielsen, 「Augmenting Long-Term Memory」 (2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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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M. Smith, Arthur Glenberg, and Robert A. Bjork, 「Environmental context and human memory」 (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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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법을 길고 재미있게 소개한 책으로 Joshua Foer의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Moonwalking with Einstein』 , 2012)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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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가운데 소수는 마음의 눈이 없어서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해요. 이런 상태를 아판타시아라고 불러요. 우리 중 한 사람이 아판타시아인 사람 중에 장소법을 써 본 사람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트위터에 물어봤어요. 답변은 놀랄 만큼 제각각이었지만(그리고 인상적이었지만), 대부분은 그런 기억술이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더 연구해 볼 만한 주제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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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ki로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방법은 여기와 여기에서 더 볼 수 있어요. 앞의 네 문단은 「Augmenting Long-term Memory」 (2018)를 고쳐 옮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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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문단은 곧 공개할 우리의 기억 에세이 Andy Matuschak and Michael Nielsen, 「How quantum teleportation works」 (2019)를 고쳐 옮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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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William G. Chase and Herbert A. Simon, 「Perception in Chess」 (1973)를 보세요. 이와 비슷한 맥락의 흥미로운 선행 연구를 Adrian D. de Groot가 했고, 그 내용을 책 『Thought and Choice in Chess』 (1965)에 정리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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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수학자와 물리학자 중에는 많은 과목에서 흔한 기계적 암기가 싫어서, 그리고 모든 걸 처음부터 유도할 수 있는 과목이 좋아서 수학이나 물리학을 택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대화를 나눠 보면 이들이 자기 분야의 개념, 연결, 사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외우고 있다는 게 금세 드러나요. 이 사람들이 자기 사고에서 기억이 맡는 핵심 역할을 이토록 보지 못한다는 게 참 흥미로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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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우는 일반적인 곱셈과 나눗셈 알고리즘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요. 우리 중 한 사람이 가상의 디자이너가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에 이르렀을지 더 자세히 다룬 짧은 발견 픽션을 쓴 적이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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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를테면 바빌로니아 수학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눈 디자이너라면 이런 아이디어 일부를 접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점은 무시할게요. 숫자 체계에 관한 훌륭한 선행 아이디어가 로마 문화에서는 상당수 밀려나 있었다는 특이한 사정에 기댄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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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들은 「Astronomy: Exploring Time and Space」 에서 발췌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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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케치의 내레이션 대본은 『코스모스』 (1984) 4화를 고쳐 옮긴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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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도구를 아주 진지하게 대하는 또 다른 대기업으로 AutoDesk가 있어요. 이 회사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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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um의 복수형은 물론 media예요. 하지만 이 맥락에서 media라고 하면 보통 새로운 콘텐츠 여러 편을 뜻해요. 우리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라, 서로 다른 새로운 매체 여러 개(Illustrator, Photoshop 등)예요. 그래서 이 다소 특이한 의미에는 흔히 쓰지 않는 복수형(mediums)을 쓰기로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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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d Gil의 『High Growth Handbook』 (2018)에 나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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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Sketch나 Figma 같은 회사가 Illustrator에서 처음 나온 기능을 따라 만드는 데도 돈이 들고, 이들 회사가 개선한 점도 있어요. 그러니 공공재라는 우리의 규정은 근사일 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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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게임 업계에서는 베끼기가 현실적인 문제예요. 기술적으로 아주 단순한 게임에서는 특히 그래요. 예를 들어 게임 『Threes』 는 개발자들이 1년 넘게 걸려 만들었어요.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을 아름답고 새로운 인터페이스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썼죠. 그렇게 나온 게임이 워낙 단순해서, 며칠 만에 복제작과 유사작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중 『2048』 이라는 유사작은 작은 열풍을 일으키며 『Threes』 보다 훨씬 큰 성공을 거뒀어요. 반대쪽 극단에서는 재출시, 오래 운영되는 온라인 버전 같은 방법으로 게임이 수익을 내는 기간을 늘리는 게임 회사들도 있어요. 자본이 많이 드는 AAA 게임, 이를테면 『Grand Theft Auto』 시리즈에서 특히 흔해요. 이런 경우 사업 모델은 영리한 새 아이디어보다 개선된 아트워크(재출시), 네트워크 효과(온라인 버전), 브랜딩에 더 기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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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머 도구는 만들기를 통한 통찰의 순환이 꽤 잘 돌아가는 사례예요. 이 분야가 공공재 문제를 피할 수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그중 하나는, 이 분야에서는 숙련된 연구자 상당수가 동시에 뛰어난 제작자이기도 하고, 공공재를 만드는 게 그들의 직업(연구자)이거나 즐거운 취미라는 점이에요. 정도는 덜하지만 예술 커뮤니티와 음악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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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 Carter and Michael Nielsen,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to Augment Human Intelligence」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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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을 정해 놓고 추론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 결론은 무엇이든 무시할 거예요. 그런 사람은 진지한 사고로 끌어들이기 어려울 가능성이 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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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Jupyter 같은 시스템의 뿌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몇 가지만 꼽아도 Knuth의 문학적 프로그래밍 개념, Mathematica 노트북, PARC의 Learning Research Group, PLATO 시스템(더 넓게는 컴퓨터 보조 교육)이 선행 사례로 있어요. 아래 논의에서는 이런 이전 시스템 다수에서 과소평가되었다고 우리가 보는 기회를 강조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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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임시로 붙인 용어예요. 여러 면에서 “실행 가능한 에세이(executable essay)”가 더 자연스럽겠지만, 아쉽게도 지금 맥락에서는 이 말이 “웹 페이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가 더 쉬울지도 몰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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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 von Hippel의 책 『Democratizing Innovation』 (2005)에도 관련된 주장이 나와요. 이 책은 상업적 제품 개발처럼 보이는 것이 대부분 또는 상당 부분 사용자에게서 나온 혁신에 기대고 있는 사례를 많이 찾아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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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Thomas도 「Providing a Good Education in Deep Learning」 (2016)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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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야의 대가는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이에요. 예를 들어 Dan Cook, 「Building a Princess Saving App」 (2008), 그리고 Jonathan Blow and Marc ten Bosch, 「Designing to Reveal the Nature of the Universe」 (2011)를 보세요. ↩
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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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찬사(Two cheers): 원문 제목은 “Two cheers for mnemonic techniques”예요. 영어권에서 만세 삼창(three cheers)은 전폭적인 지지를 뜻하는데, E. M. Forster의 에세이집 『Two Cheers for Democracy』 (1951) 이후로 “두 번의 만세”는 좋아하지만 유보할 점도 있다는, 단서를 단 찬사를 가리키는 관용구가 되었어요. 이 절의 논조도 정확히 그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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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닝-크루거 병(Dunning-Krugeritis): 심리학자 David Dunning과 Justin Kruger가 1999년에 보고한 더닝-크루거 효과, 곧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에 병명처럼 “-itis”(염증)를 붙인 저자들의 농담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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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ck: SF 드라마 『Star Trek』 의 등장인물이에요. 인간과 벌컨의 혼혈로, 감정을 억누르고 오로지 논리로만 판단하려 해요. 감정이 없는 순수한 이성의 대명사처럼 쓰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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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stein의 말: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1941)라는 유명한 문장을 비튼 거예요. 저자들은 과학과 종교 자리에 세밀한 이해와 정서적 연결을 넣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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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숭배(cargo cult): 2차 세계대전 무렵 남태평양 일부 섬 주민들이 군용 화물이 다시 오기를 바라며 활주로와 관제탑을 흉내 내어 지었던 의식에서 나온 말이에요. Richard Feynman이 1974년 칼텍 졸업 연설에서 겉모양만 과학을 흉내 내는 연구를 “화물 숭배 과학”이라고 부른 뒤로, 핵심은 빠진 채 형식만 따라 하는 행태를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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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형제: 1895년 12월 파리에서, 최초의 유료 공개 영화 상영회 중 하나로 꼽히는 상영회를 연 Auguste Lumière와 Louis Lumière 형제예요. 이들의 영화는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나 역에 들어오는 기차처럼 1분이 채 안 되는 장면을 그대로 찍은 것이었어요. 영화라는 매체가 막 태어난 단계에 겨우 머물러 있다는 비유예요. ↩
저자 소개: Andy Matuschak은 생각을 돕는 도구를 연구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디자이너예요. Michael Nielsen은 양자 컴퓨팅 교과서의 공저자이자 오픈 사이언스 운동을 이끈 과학자예요.
참고: 이 글은 Andy Matuschak과 Michael Nielsen이 2019년 10월 numinous.productions에 게시한 에세이를 번역했어요. 원문은 CC BY 4.0(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 4.0 국제)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있어서, 출처를 적절히 밝히면 누구나 자유롭게 복제하고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 작업을 할 수 있어요.
원문: How can we develop transformative tools for thought? - Andy Matuschak, Michael Nielsen (2019년 10월)
생성: Claude (Anthrop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