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브로들은 왜 요즘 ‘취향’에 집착할까
AI 시대에 이 단어는 2010년대의 ‘파괴적 혁신’만큼이나 실리콘밸리의 상투어가 됐다.
핵심 요약
AI 덕분에 누구나 무엇이든 만들 수 있게 되자, 실리콘밸리는 ‘무엇을 만들지 고르는 능력’, 곧 취향을 새 경쟁력으로 내세우기 시작했어요.
- 테크 업계의 새 유행어: 폴 그레이엄부터 스타트업 창업자들까지 입을 모아 AI 시대에는 취향이 더 중요해진다고, 취향이 곧 해자라고 말해요. 이들에게 취향이란 결국 돈이 될 것을 알아보는 능력이에요.
- 힙스터 취향의 재활용: 밀레니얼 힙스터의 수제·장인 미학이 대기업에 흡수됐듯, AI 회사들도 팝업 카페와 아날로그풍 광고로 비슷한 아우라에 편승하려 해요.
- 테이스트워싱: 많은 사람에게 위협으로 느껴지는 기술에 인본주의의 겉칠을 하는 시도예요. 설문 참가자의 절반 가까이가 AI가 쓴 글을 더 좋아했지만, 이는 AI가 뛰어나서라기보다 오염된 온라인 환경이 우리의 취향을 망가뜨렸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 취향 없는 기술: 볼테르에게 취향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하는 일이었어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규모 언어 모델은 그런 의미에서 근본적으로 취향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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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새 유행어
인공지능이 여전히 기업 전략과 뉴스 헤드라인을 휩쓸고 있는 요즘, 실리콘밸리에 새 유행어가 생겼어요. 이미 자동화에 치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뼈아프게 와닿을 수도 있는 말이에요. 바로 ‘취향(taste)’이에요. 최근 몇 달 사이 이 말은 2010년대의 ‘파괴적 혁신(disruption)’만큼이나 테크 업계의 상투어가 됐어요. 명망 높은 기술자 폴 그레이엄T1은 X에 이렇게 썼어요. “AI 시대에는 취향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급성장하는 AI 디자인 도구 프레이머(Framer)의 공동 창업자 쿤 복(Koen Bok)은 최고의 신제품을 만드는 건 ‘뛰어난 취향’이라고 한 팟캐스트에서 말했어요. 북마크 앱 서브라임(Sublime)은 AI 기반 추천의 도움을 받아 ‘당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서재’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고요. 기업가이자 전 바이트댄스 엔지니어인 왕충(Cong Wang)은 블로그 글에서 “AI 시대에는 개인의 취향이 해자다”라고 썼어요. 실리콘밸리에 새로 자리 잡은 공리를 그대로 되풀이한 말이죠. ‘해자’는 남이 따라 할 수 없는 강점, 즉 회사를 경쟁사보다 돋보이게 하는 무언가를 가리킬 때 창업자들이 쓰는 말이에요. 스타트업에는 AI에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만큼이나 취향이 필요한 모양이에요.
테크 브로들T2에게 이 단어는 실용적인 쓸모가 있어 보여요. 이들의 정의대로라면 취향은 그 자체로 돈이 돼요. 다음 대박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를 고르든, 사용자에게 자기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설득하든, 무엇이 가장 큰돈을 벌어 줄지 가려내는 능력이 곧 취향이에요. 그레이엄은 최근 게시물에서 언급한 2002년 에세이에 이렇게 썼어요. “훌륭한 작업의 비결은 아주 까다로운 취향, 그리고 그 취향을 만족시킬 능력이다.” 안목 있는 결정을 이렇게 강조하는 것도 이해는 가요. AI가 기술을 만드는 일을 점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바꿔 놓고 있으니까요. 새로 막강해진 앤스로픽의 Claude Code 같은 어시스턴트가 있으면 이론상 누구나 무엇이든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24시간 내내 당신을 감시하는 챗봇 친구나, 데이트 상대를 찾아 주는 AI 중매인 같은 것 말이에요. 남은 일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것뿐이에요. 요술 램프의 지니에게 소원을 빌듯이요. 작년에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T3이 이런 말을 한 것도 그래서예요. AI 시대가 완전히 도래하면, 가치 있는 투자처를 골라내는 기술인 벤처캐피털이 “끝까지 남는 몇 안 되는 분야일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물론 그가 조금 편향돼 있을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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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의 취향, AI의 아우라
취향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부쩍 늘어난 건 놀라우면서도 불편한 일이에요. 이 단어에는 특정 세대의 묵은 짐이 따라붙거든요. 10~20년 전 밀레니얼 힙스터들은 이를테면 버드와이저보다 크래프트 IPA를, 니켈백T4보다 아케이드 파이어를, 애버크롬비 앤 피치보다 아메리칸 어패럴을 고르는 식으로 자기 취향이 좋다고 내세웠어요. 힙스터 정체성의 바탕은 무엇을 골라 소비하느냐, 그리고 로파이한 것, 손으로 만든 것, 장인의 손길이 닿은 것을 물신처럼 떠받드는 태도였어요. 이런 특성은 결국 거대 기업들에 포섭되고 흡수됐죠. 메타는 인스타그램으로, 아마존은 홀푸드로요. 이제 AI 회사들이 비슷한 장인풍 아우라에 편승하려 해요. 그들의 핵심 제품은 인간적인 모든 것을 자동화해 쓸모없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데도 말이에요. 작년에 앤스로픽은 맨해튼에서 팝업 카페를 열고(이보다 더 힙스터다운 게 있을까요?) ‘thinking’이라는 단어를 수놓은 야구 모자를 나눠 줬어요. OpenAI가 최근 내보낸 슈퍼볼 광고 「You Can Just Build Things」는 아날로그 필름처럼 멋을 낸 화면을 사람의 시점으로 담았어요. 자전거 핸들을 쥔 손, 노트에 글을 쓰는 손, 체스를 두는 손이 나오죠. 정작 광고하는 물건이 이론상 모든 걸 안다는 로봇이라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고요. 당신도 취향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알맞은 챗봇을 골라 삶을 맡기기만 한다면. 광고는 그렇게 말하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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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워싱
AI 회사들이 자신을 취향과 엮어야 하는 건, 바로 그들의 도구가 실리콘밸리 바깥 사람들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지 않고 멋있지는 더더욱 않기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이 AI 도구를 위협으로 봐요. 생계와 미래,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위협으로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AI 도구를 개성을 드러내 주는 라이프스타일 선택으로 보는 이는 거의 없어요. 지금 벌어지는 일을 테이스트워싱 (taste-washing)T5이라고 불러도 좋겠어요. 반인본주의적 기술에 자유주의적 인본주의의 겉칠을 하려는 시도죠. 지난주 뉴욕 타임스가 설문 하나를 공개하면서 이 신화 만들기를 거들었어요. 잘 알려진 문학 작품에서 뽑은 구절과 AI가 생성한 구절을 읽고 문체상 어느 쪽이 더 좋은지 고르게 하는 설문이었어요. 참가자의 50% 가까이가 인공지능이 쓴 글을 더 좋아했어요. AI가 이제 힐러리 맨틀T6처럼 쓸 수 있을 만큼 능숙해진 걸까요? 다른 결론도 가능해요. 온라인 생태계가 너무 오염된 나머지, 그러니까 너무 파편화되고 기만적이고 자극이 넘치고 가짜투성이가 된 나머지 우리가 취향을 발휘하는 능력 자체가 뒤틀려 버렸다는 결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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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없는 기술
서로 밀치며 몰려드는 AI 예찬론자들은 새 사업 자랑에 바빠요. 아찔한 규모와 속도로 쏟아져 나와 일상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사업들이죠. AI 배우, AI 여행사, AI 소믈리에, AI 추도사 생성기, AI 가상 반려동물, 양치질하는 법을 ‘실시간 피드백’으로 알려 주는 AI 칫솔까지 있어요. 글 교정 소프트웨어 그래머리(Grammarly)는 최근 유명 작가들의 챗봇 버전이 사용자의 글에 의견을 달아 주는 기능을 추가했다가 곧바로 없앴어요.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작가들의 감각을 가져다 쓴 기능이었죠. 이런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얼마나 안목 있다고 여기든, AI는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 근본적으로 취향이 없는 기술이에요. 서양 사상에서 취향의 정의를 세운 18세기 프랑스 철학자들은 취향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자질로 여겼어요. 신이 우리 각자에게 준 선함이 세상 곳곳의 선함을 알아본다는 걸 일깨워 주는 무언가로요.
볼테르는 이렇게 쓴 적이 있어요.
“취향을 가지려면 어떤 작품에서 무엇이 아름다운지 보고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그것에 감동해야 한다.”
아직 무언가를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없어요. 브랜드 로고를 새긴 야구 모자를 아무리 많이 나눠 줘도 그건 바뀌지 않을 거예요. ♦
역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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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그레이엄(Paul Graham):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공동 창업자예요. 스타트업과 기술에 관한 에세이로도 유명해서, 실리콘밸리에서 그의 말은 꽤 무게가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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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브로(tech bro): 실리콘밸리 기술 업계의 젊은 남성을 비꼬아 부르는 말이에요. 돈과 성장에만 관심 있고, 기술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하는 사람이라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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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초기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공동 창업자예요. 그 자신이 벤처캐피털리스트라는 점이 바로 뒤에 나오는 ‘편향’이라는 농담의 포인트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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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백과 아케이드 파이어: 둘 다 캐나다 밴드예요. 니켈백은 2000년대에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했지만 ‘뻔한 주류 록’의 대명사처럼 조롱받았고, 아케이드 파이어는 인디 록을 대표하는 밴드로 통했어요. 버드와이저와 크래프트 맥주, 애버크롬비 앤 피치와 아메리칸 어패럴도 같은 식의 ‘대중적인 것 대 힙한 것’ 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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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트워싱(taste-washing): 환경을 해치는 기업이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빗댄 말이에요. 여기서는 사람을 대체하려는 기술을 ‘취향’이라는 인간적인 이미지로 포장한다는 뜻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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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맨틀(Hilary Mantel): 영국 소설가로, 헨리 8세 시대를 그린 『울프 홀』 3부작 가운데 두 권으로 부커상을 두 번 받았어요. 문장이 정교하기로 이름난 작가예요. ↩
저자 소개: 카일 차이카(Kyle Chayka)는 『뉴요커』에 기술이 문화를 형성하는 방식을 다루는 주간 칼럼 「Infinite Scroll」을 연재합니다.
참고: 이 글은 카일 차이카가 『뉴요커』에 게시한 칼럼을 번역한 것입니다. 원문의 일러스트(Ariel Davis)는 싣지 않았습니다.
원문: Why Tech Bros Are Now Obsessed with Taste - Kyle Chayka, The New Yorker (2026년 3월 18일)
생성: Claude (Anthropic)